"법조계 윤여정 되고파" 변호사가 출마·창업까지 뛰어들었던 이유

[MZ 변호사가 뜬다] 법무법인 시우 조혜원 변호사

이세연 2022.04.01 06:00



법조계의 윤여정을 꿈꾸는 MZ세대 변호사가 있다. 법무법인 시우의 조혜원 변호사는 도의원 출마부터 창업까지 경계 없이 도전해 왔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도 겪었던 조 변호사는 다양한 경험을 변호사 업무에서 풀어내고 있다.

고려대학교 법학과와 로스쿨을 졸업하고 들어간 로펌에서 만난 세상은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로 복잡했다.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세상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감히 변호사 일을 관두고 29살의 나이로 지방선거에 도전했다.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다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무역업체를 차려 직접 경영하고 영업도 뛰었다. 이후엔 출산과 육아를 위해 잠시 일을 쉬다가 법조계에 돌아왔다.

그는 책상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 성격이다.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느낀 세상은 그의 온몸에 자양분으로 남아있다. 전통적인 법조인의 역할에 갇혀있고 싶지 않다는 그는 세상 물정 잘 아는 변호사가 되어 의뢰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조 변호사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처럼 나이가 들수록 인간으로서든 직업인으로서든 매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혜원 변호사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변호사로 일하다 29살의 나이에 2014년 도의원에 출마했다. 계기가 뭔가

▶졸업 후 곧바로 로펌에 입사해 변호사로 일하면서 세상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범생처럼 공부만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알고 있을지 몰라도 세상 물정을 몰랐던 것 같다. 의뢰인이 처한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는데 선배 변호사들보다 시간 이 더 많이 필요했다. 다른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었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서 출마하게 됐다. 또 입법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 경기도의회의원 의정부시 기호 1번으로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

-낙선했는데 당시 솔직한 심정이 궁금하다

▶인생에서 큰 용기를 낸 일이었다. 일단 당선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기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었다. 드디어 알을 깨고 나온 느낌이었다. 공부만 했던 지난날에서 세상으로 나아간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경력 30년인 유력 후보와 경쟁해 2.8% 포인트라는 매우 근소한 차이로 졌기 때문에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치에 대한 꿈은 접은 건가

▶정치에는 명확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모두를 위해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엔 그 속에서 내 철학을 세우기가 어려웠다. 그때는 내가 하는 일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꼭 다수에게 영향력이 있어야만 의미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내가 가진 전문성으로 의뢰인의 힘든 상황을 해결해주는 조력자로서 변호사 일을 계속하고 싶다.

조혜원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선거 이후 법조계로 돌아오지 않고 무역업체를 차렸다. 특이한 경력인데 이유가 뭔가

▶변호사가 꼭 전통적인 변호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다. 사업을 하는데도 법률적인 지식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친동생이 중국에서 유·아동 교구·완구를 수입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2015년에 동생과 함께 국내에 사업체를 차렸고 동생이 중국에서 공장을 연결해 제품을 발주하면, 난 한국에서 선적 등 무역업무를 처리했다. 국내 교육 업체에 영업도 다녔다. 처음엔 직원이 없으니 실무무역과 실무회계도 직접 처리했다. 한동안은 수익이 나지 않아 힘든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무역은 범위가 넓어 매력적인 일이었다. 지금은 동생이 7년째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동생이 제 밥벌이하고 살 수 있을지 걱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장님으로 자리를 잡고 잘 사는 게 누나로서 가장 보람 있다.

-변호사, 지방선거 도전, 무역업체 창업까지 하고 싶은 게 많은 것 같다.

▶처음 변호사 일을 하면서 느낀 대로 세상 물정을 잘 알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런 마음이 다양한 활동으로 표출된 것 같다. 세상을 잘 알아야 변호사 일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지금 법무법인을 경영하는 데도 이전 경험들은 많은 도움이 된다.

-어떤 사건을 주로 맡는지 궁금하다

▶서초동 개업 변호사 중 특히 여자 변호사에게 수임이 많이 되는 사건은 이혼, 성범죄 사건이고 나 역시 그렇다. 많이 하다 보면 그 분야에 전문성이 생겨서 더 잘하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 같다. 쉼 없이 달려오다 출산과 육아로 1~2년 정도 일을 쉬었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고, 아이가 크면 바로 일을 시작할 계획이었는데도 수입이 없는 그 기간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의존하게 됐다. 잠시나마 온전히 주부, 엄마로 지냈던 기간은 이후 이혼 사건에서 가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양육권 부분에서는 나도 의뢰인에게 이입이 되어서 절박한 심정으로 소송에 임하게 되곤 한다.

-이혼 소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이혼에서 이혼 여부와 양육권도 중요하지만, 재산 분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혼 후 삶의 수준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요소이고, 자신의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에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재산 분할의 경우 법리적인 다툼 외에도 상대방이 숨겨놓은 재산을 발견해내야 하는 등 기술적인 노하우가 필요해서 이혼 사건을 많이 해 본 변호사가 해야 한다. 때로는 재산을 빼돌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상대방 재산에 가압류하고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이 숨겨놓았던 재산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예상보다 재산 분할에서 큰 금액으로 승소했던 사건들도 있었다.


조혜원 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

▶폭행과 가스라이팅으로 배우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이었다. 실제로 결혼생활 내내 거의 집에만 계셔서 은행도 한 번 안 가보셨다고 한다. 남편이 폭행도 하고 집에도 CCTV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데 '다 내가 행동을 잘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결혼생활을 유지해왔다. 남편의 감시를 피해 '007 작전'을 하다시피 거처를 옮기고 이혼소송을 진행했다. 집에서 나오시기까지 용기를 드리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재산도 그냥 포기하고 빨리 이혼만 하겠다고 하시는 것을 설득해서 꽤 많이 받아냈다.

변호사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건 이 사건처럼 이혼해야만 하는 가정에서 잘못된 생각으로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다. 자녀가 있는 경우 아이들을 위해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이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혼하기로 결심했거나, 고민되는 상황이라면 되도록 빨리 상담을 받고 준비하셨으면 좋겠다. 이혼 가능 여부, 증거 입수 과정 등 초반부터 변호사와 상의해서 진행하는 게 좋다. 보통 변호사 상담료가 비쌀 거라고만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고 상담 한 번으로도 큰 방향은 잡을 수 있다. 비밀보장이 철저히 되고 요청하면 직원들도 모두 퇴근한 시간에 상담하기도 한다. 이혼 소송을 하는 변호사들은 별의별 경우를 다 접한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용기 내 찾아오셨으면 한다.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나

▶다른 일들에 도전할 때 주변에서 "쉽게 돈 벌 수 있는 변호사 놔두고 왜 이렇게 고생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변호사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일생일대의 골치 아픈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변호사를 찾아온다. 평생 소송을 겪지 않고 사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변호사는 그런 유쾌하지 않은 사건을 몇십 개씩 끌어안고 고심해야 한다. 즐거움을 찾기보다는 의미를 찾아야 하고, 의미를 찾지 못하면 오래 하기 어려운 분야다. 의뢰인의 인생에 닥친 어려움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법무법인 이름도 의뢰인의 삶에 때맞춰 내리는 단비가 되라는 의미로 시우(時雨)로 지었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배우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멋져지시는 것 같다. 조혜원이란 변호사도 나이가 들수록 전문성을 쌓아 그 자체로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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