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주인공 선수와 지도자들…그 뒤에는 '스포츠 전문' 이 변호사

[MZ변호사가 뜬다] 법률사무소 로엔리 이지윤 변호사

성시호 2022.04.06 13:00
이지윤 변호사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스포츠계의 스타, 꿈나무들에게도 때로는 믿음직한 법률대리인이 필요하다. 일찍이 스포츠계에 뛰어들어 선수와 지도자들을 돕고 있는 MZ세대 변호사가 있다.

이지윤 변호사(법률사무소 로엔리)는 로펌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뒤 국민체육진흥공단 법무담당자로 스포츠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 변호사는 대한체육회, 한국e스포츠협회를 거치며 스포츠 선수와 지도자들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중문화계에도 인연이 있어 드라마 '무법변호사' 등의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올해로 경력 10년차를 맞은 이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변호사로서 스포츠계에 발을 들인 계기가 궁금하다.

▶로펌에서 일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사내 변호사로 입사해 각종 자문활동을 하며 스포츠 관련 법령과 사례를 연구했다. 이후 2019년 대한체육회 체육시스템혁신위 제도개선소위 위원으로 위촉돼 한국 스포츠를 제도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권고사항을 제시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스포츠를 법과 제도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됐는데, 이후 다들 어떻게 알았는지 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나 지도자들이 찾아왔다. 그들의 법률조력을 맡으며 여기까지 왔다.

-2019년 당시 스포츠계 상황이 궁금한데.

▶스포츠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분야다. 그 때문에 일반인이 사건사고에 연루됐을 때보다 더 쉽게 공론화되고 훨씬 심각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당시는 빙상계 사건을 계기로 정부 뿐만 아니라 국회까지 나서서 제도적 개선을 고민하던 시점이었다.

매 사건마다 개선 논의가 이뤄졌지만, 당시는 대한체육회에서 '진짜 자정을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기억한다. 법률 분야로 전문위원까지 모으면서 내가 참여하게 됐다.

-스포츠 선수·지도자들을 자주 만났겠다.

▶'어 이 정도로?'할 정도로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는 체육인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업무적으로는 징계절차에 대해 법률조력이 필요할 때 자주 찾아오게 된다.

이들은 일반사회 경험보다는 본업에 열중해서 커리어를 쌓는 경우가 많다. '운동이 나의 전부'이고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순수한 면이 있다. 예상치 못한 징계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많이 힘들어하더라. 또 그런 점까지 이해하고 자기 일처럼 해주는 변호사를 원하곤 한다. 법률대리인인 나도 감정이입을 많이 하다보니 그 계기로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변호사가 심리상담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니 의외다.

▶일반인들은 심한 분쟁이 아니라면 '더러우니까 내가 피한다'며 물러설 수도 있다. 또 적극적으로 대응하다 잘 풀리지 않아도 '그래 이번에 이걸로 배웠어'라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스포츠인들은 조금 다르다. 소송 하나에 '명예와 자존심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 생각에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때론 문화나 생태계를 바꿔줘야 할 때도 있다. 내 자신도 그렇고 의뢰인들을 위해 많이 공부하게 된다.

-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다른 분야도 있나.

▶E스포츠 분야의 어린 선수들이 중요한 계약을 체결할 때 자문을 수행하기도 한다. 부모님들이 '이런 계약 괜찮냐'면서 찾아주는데 그럴 때는 조금 신난다. '이 선수가 나중에 진짜 훌륭한 선수가 될텐데 처음부터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자문 없이 계약했다 분쟁에 휘말리는 선수들도 있던데.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많지는 않다. 경쟁자를 옆에서 직접 보고 훈련하는 경우가 많아 계약조건을 잘 따지지 못하고 서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만 요즘은 많이 달라진 편이다. 어린 선수는 부모들에게도 '법적으로 잘 따져봐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어땠나.

▶8년 전쯤 해프닝이 있었다. 선수·지도자 상대로 매년 법률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데, 처음 강단에 섰을 때 "사설 스포츠 도박을 해보신 분이 있냐"고 물었더니 누군가 너무 해맑게 손을 들어서 크게 당황했다. 징역형까지 가능한 큰 범죄인데도 관련 법규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해가 거듭되니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게 느껴진다. 강의 쉬는 시간에도 찾아와 '내가 불리한 대우를 받은 것 같은데 한번 봐 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소소한 고충을 털어놓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일종의 진통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연수교육이 도움을 주는 것 같아 좋다.

-스포츠계에서 변호사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 소송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막을 수 있는 교육과 같이 유의미한 경험들이 있었다. 보람을 느낀다.

이지윤 변호사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선수나 지도자들이 자주 실수하는 부분이 있다면.

▶분쟁에 선제적·합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징계가 대표적이다. '뭔가 억울하지만 협회에 반항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끙끙 앓다 제대로 다퉈볼 기회를 영영 놓쳤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대목이다. 스포츠쪽은 의외로 규정이 엄격한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체육계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중징계에 대해 공정위원회별로 사안별로 너무 그때그때 다르다. 때문에 징계 당시 영구퇴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제대로 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느 한쪽의 인생이 걸리는 문제니 쉽지 않겠다.

▶내가 공정위원 역할을 맡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 편에 서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사건이 있다가도 가해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너무 불리하지 않나'도 생각해 보게 된다. 고민이 많아지는 대목이다. 간혹 상하급단체의 규정이 충돌해서 정비가 덜 된 제도에 선수나 지도자 개인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체육계에서 규정 정비에 대한 문제는 자주 제기된다.

▶축구협회처럼 큰 조직도 있겠지만, 각 협회들의 행정적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편이다. 탄탄한 후원을 받는 협회인데도 직원이 20명 안팎에 불과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한편, 스포츠 외적인 부분에서 드라마 '무법변호사' 자문을 맡은 경력도 눈에 띈다.

▶우연히 해당 드라마를 집필한 작가를 알게 되어 자문 기회를 얻게 됐다. 내 취미가 영화·드라마 시청이고 한때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좋아하다보니 그쪽 분야의 사람을 알게 되고, 법률적인 도움을 찾는 이들도 만나게 되더라. 작가들이 자문해달라고 연락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터뷰를 하는 오늘(3월23일)이 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딱 10년을 맞는 날이다. 소회를 밝힌다면.

▶정말인가? 알려줘서 고맙다. 가야할 길이 멀다. (웃음) 스포츠계 의뢰인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모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때 '내가 변호사 하길 잘했다', '알아봐주셔서 고맙다'라고 생각할 때도 있고, 때로는 그만큼 감정이입을 해서 힘들 때도 있다. 내 일 같아서 간혹 잘 안 될 때는 되게 속상할 때도 있고, 그런 것들을 많이 이겨내면서 갈 수 있는 좋은 변호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