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X판! 뭐 이따위야"에 즉시 징역 3배 뻥튀기한 판사…대법 '위법'

선고 직후 판사에게 욕설하자 징역 1년→3년 재차 선고…결국 대법원서 파기환송

성시호 2022.05.13 14:14
/사진=뉴스1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난동을 부리면 판사가 즉석에서 형량을 고쳐 '징역 3년'을 선고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12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50대 남성 A씨의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사건은 법조계에 '울컥 판결', '1법정 2선고 사건' 등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선고공판때 판결이 번복된 이례적 사례다.

2016년 9월22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2단독 재판부였던 김양호 부장판사는 무고 및 사문서위조·행사 혐의로 공판 도중 법정구속됐던 남성 A씨에 대해 1심 판결을 선고했다.

일반적인 형사재판의 1심 선고공판에서는 판사가 사건의 쟁점과 양형에 대한 판단을 밝힌 뒤 판결의 주문을 읽는다. 유죄판결의 경우 곧바로 항소기간을 고지한 뒤 재판을 마친다.

당시 김 부장판사가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판결 주문을 읽자 A씨는 격하게 반발했다.

공판조서에 따르면 A씨는 "재판이 개판이야, 재판이 뭐 이 따위야"라며 욕설을 하고 난동을 부렸다.

교도관들은 즉시 난동을 제압해 A씨를 법정 한켠의 구속 피고인용 통로로 끌고갔다. 그런데 이때 김 부장판사는 A씨를 법정으로 다시 끌고오라고 명령했다.

A씨는 재차 피고인석에 앉혀진 뒤 "그래서 뭐 항소기간이 어쨌다는 거냐"며 따져 물었다. 그러자 김 부장판사는 별안간 판결을 다시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선고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선고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서 이뤄진 사정 등을 종합하여 선고형을 정정한다"고 했다. 이어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김 부장판사는 판결문에 "판결선고 시점까지 법정모욕적 발언 등 잘못을 뉘우치는 점이 전혀 없는 점"이란 문구를 삽입하기도 했다.

항소한 A씨는 선고절차가 위법했다고 주장했지만 2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형사1부(당시 부장판사 성지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7년 2월14일 A씨에 대해 2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퇴정을 허가하여 피고인이 법정 바깥으로 나가 선고공판기일이 종료될 때까지는 판결선고가 종료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때까지는 발생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단 선고한 판결의 내용을 변경하여 다시 선고하는 것도 유효·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항소심에서 반성하고 뉘우치는 자세를 보인 점을 감안해 형량은 징역 2년으로 감경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선고의 종료시점과 변경 선고의 한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2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은 A씨의 1심 판결에 대해 "재판장은 징역 1년이 적정한 형이라고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고, A씨가 난동을 부린 것은 그 이후의 사정"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선고기일에는 A씨의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았고, A씨는 자신의 행동이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하였다"며 당시 선고가 적법했다고 본 2심 판결을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은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이후라도 선고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일단 내용을 정정하여 다시 선고할 수는 있다"고 봤다.

다만 "변경 선고가 무제한 허용된다고 할 수 없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변경 선고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문을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실수가 있거나 △판결 내용에 잘못이 있음이 발견된 경우를 예로 들었다.

A씨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그는 의정부지법 파기환송심 재판을 앞두게 됐다.

김양호 부장판사는 2020년 서울중앙지법에 부임한 뒤 2022년 현재도 법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