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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없는 파격"…'尹사단 브레인' 이원석, 검찰총장 지명

심재현, 김효정 2022.08.18 15:28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53·27기·전남 보성)를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검찰 조직 재정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해 공무원 피격·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주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집권 초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도 드러냈다는 평가다.

검찰 안팎에서는 "예상했던 인사", "이변은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맡기는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볼 때 지난 5월 김오수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3개월 가까이 이 후보자에게 총장 직무대리를 맡긴 것 자체가 신임 총장 낙점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는 해석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자 스스로도 역대 최장(2012년 한상대 총장 사퇴 이후 채동욱 총장 취임까지 125일)에 맞먹는 총장 부재 사태에서 총장 공백을 느끼지 못할 정도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리더십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조언을 구했던 '윤석열 사단의 브레인'으로도 통한다.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및 로비 의혹 사건 수사 당시 윤 대통령이 대검 검찰연구관으로, 이 후보자는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로 함께 일했다. 윤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에 발탁됐을 때는 이 후보자가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냈다. 대검 기조부는 검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이 곳을 이끄는 기조부장은 검찰총장의 비서실장 격으로 총장이 주재하는 간부회의를 준비하고 검찰 관련 정책·법령 제·개정과 법무부·국회와의 소통을 담당한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과 총장 1순위 후보였던 법무부 장관에 묻혀 신임 총장이 '식물총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이 후보자 발탁으로 어느 정도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6월 고검장·검사장급 인사와 맞물려 검찰총장 패싱 인사 논란이 불거졌을 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검찰 의견을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이 반영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와 10여차례 이상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한 장관과 연수원 27기 동기로 전임 법무부 장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수가 낮은 한 장관과의 기수 역전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이 후보자는 총장 직무대리로 주요 권력형·기업 비리 사건을 비롯해 검수완박 법안 국면 대응을 지휘해왔다. 이런 점에서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될 때까지 현안 대응에 연속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일선 수사부에서 수사를 담당할 당시에도 '특수통 실력파' 검사로 국정농단, 삼성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서 이름을 날렸다. 2017년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 항소심 때는 삼성 관계자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수뇌부와 갈등을 겪었을 정도로 강단과 집념을 갖춘 것으로도 전해진다.

검찰 내부 신임은 위아래로 모두 두텁다. 대검 한 검사는 "회식에서도 일 얘기만 하는 스타일"이라며 "똑똑한 데다 부지런해 특히 윗사람들의 신임이 두텁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는 '사회적 약자 보호에 검사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 사석에서도 이 같은 취지의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전임 김오수 총장(20기)을 기준으로 7기수를 건너뛰었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이 후보자의 선배 기수인 여환섭 법무연수원장(54·24기), 김후곤 서울고검장(57·25기), 노정연 부산고검장(55·25기), 이두봉 대전고검장(58·25기), 이주형 수원고검장(55·25기), 조종태 광주고검장(55·25기) 등 고검장급 자진사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23기)이 검찰총장에 임명됐을 때 선배기수 인사들이 검찰에 남았던 전례도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이 19~22기 선배들과 동기 등 30여명을 제치고 총장으로 발탁되면서 대규모 인사 공백 전망이 제기됐지만 김영대 당시 서울고검장(22기), 양부남 당시 부산고검장(22기) 등이 자리를 지키면서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2019년 당시에도 윤 대통령이 고검장급보다 서너 기수 아래였지만 검찰 지도부 연소화를 우려한 목소리 등이 나와 사퇴하지 않은 이가 제법 있었다"며 "지난 5~6월 고검장급 인사가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그런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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