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종중 땅' 찾아온 친척에게 수고비로 '땅' 줬더니…

[친절한 판례씨] 종중 땅 찾아온 것은 회장의 당연한 임무…수고비로 '토지 증여' 안 돼

김종훈 기자 2018.10.16 05:05
/사진=뉴스1

종중(宗中)은 같은 조상에서 뿌리내린 후손들의 모임을 뜻한다. 조상들의 묘소를 보살피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 기본 역할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산을 관리하고 분배하는 일이다. 재산 관리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가족들끼리 각서를 주고받으면서 얼굴을 붉히기 십상이다. 송사까지 번지는 일도 잦다. 

경주 김씨 쪽의 한 종중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종중 임원들이 '총대'를 메고 소송을 진행해 타인 명의로 돼 있던 땅을 종중 앞으로 돌려놨다. 종중은 임원들이 사비까지 들여 땅을 찾아온 점을 고려해 찾아온 땅의 일부를 임원들에게 포상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후대 회장이 이를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종중 땅을 포상으로 지급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2017다231249)

사건은 2006년으로 돌아간다. 경주김씨 종중은 총회를 열고 타인 명의로 명의신탁 돼 있던 8만5000㎡가 넘는 땅을 종중 명의로 돌려놓기로 결의했다. 소송을 해야 할 상황이 되자 종중은 다시 총회를 열고 '소송비를 낸 이에게 승소금의 7%를 사례로 지급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에 회장을 맡은 A씨가 권한을 위임받고 소송에 나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A씨는 총회를 열고 소송을 진행한 수고비로 소송으로 찾아온 땅 중 1만4000㎡을 자신과 종중 부회장 B씨, 총무부회장 C씨에게 증여한다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A씨 등 3명은 결의내용대로 토지를 증여받았고, 후대 회장 D씨가 이를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종중규약을 보면 '본회의 재산은 종중원 개인에게 분배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A씨가 토지를 받아간 것은 이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1·2심은 A씨가 토지를 받아간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종중규약 중 '종중 발전을 위해 공로가 많은 자에게 포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고, A씨 등이 땅을 찾아오는 데 기여한 것도 사실이므로 땅을 포상으로 받아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재산분배 금지 규정이 종중재산의 분배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며 "종중규약에 포상 규정이 있어 종중재산의 분배를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종중재산의 분배는 종중총회 결의로 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A씨 등에게 토지를 증여한 것이 재산분배 금지 규정에 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토지 증여를 무효로 해야 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A씨는 종중회장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한 것일 뿐이므로 수고비를 받아갈 자격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소송 제기 등 종중재산 회복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 것은 종중의 임원으로서 종중에 대해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한 것일 뿐"이라며 "당연한 의무를 다한 것에 불과한 A씨 등이 종중재산을 회복하게 했다는 사정만으로 회복한 토지의 일부를 증여받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A씨 등이 당초 종중 결정에 비해 너무 많은 토지를 받아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분배받은 토지는 환수받은 토지의 17% 상당에 이른다"며 "이는 총회에서 결의한 '승소금액의 7%' 조건을 현저히 초과한다"고 했다.

이어 "결국 A씨 등이 종중재산회복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이는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임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이들에게 실비를 변상하거나 합리적 범위 내에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을 벗어나, 회복한 재산의 상당 부분을 분배하는 증여 결의는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파기환송심은 이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관련조항

민법

제680조(위임의 의의)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제681조(수임인의 선관의무)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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