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강간으로 출산" 아내의 뒤늦은 고백…혼인취소 되나요?

[장윤정 변호사의 스마트한 이혼 챗봇]

장윤정 2022.04.03 07:01



전 남친의 데이트 강간으로 아이를 출산해 입양 보낸 적이 있다는 아내의 고백에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 배우자에게 출산 경험을 말하지 않고 결혼했다는 사실이 혼인 취소 사유 될까?




Q) 저와 아내는 젊은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해지게 된 뒤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오다가 연인이 된지 1년 만에 결혼하여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친구로 지내온 시간이 길었기에 서로의 과거 연애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 적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제가 아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믿었던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저는 아내가 친정에 간 사이 봄 맞이 옷장 정리를 하던 중 옷장 한 편에 놓인 자물쇠 잠긴 상자를 발견하게 되었고, 몇 가지 평소 저희가 사용하던 비밀번호를 눌러 자물쇠를 풀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자 안에는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이 들어있었어요. 아기 초음파 사진, 산모 수첩.. 산모 수첩에는 제 아내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38주까지 진료를 본 흔적들이 남아있었습니다. 너무 큰 충격에 온 몸에 힘이 풀린 저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른 뒤 귀가한 아내는 상자와 함께 주저앉아 있는 저를 발견하고 갑자기 무릎을 꿇고 싹싹 빌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만나기 한참 전인 20대 초반에 만난 남자 친구로부터 데이트 강간을 당해 아이를 임신했지만 남자 친구와는 이미 헤어진 뒤였고, 차마 아이를 지울 수는 없어 홀로 출산까지 했다는 아내. 출산한 아이는 미혼모 시설을 통해 입양 기관에 보내졌다고 말하며 말이죠.

물론 저도 아내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해 홀로 출산한 사실이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게 또 제 아내라고 생각하니 그런 큰일을 숨기고 결혼한 여자와 평생 함께 살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내가 저를 속이고 한 결혼이니 사기 결혼으로 혼인 취소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A) 아닙니다. 선생님의 경우는 혼인 취소 사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우리 민법 제816조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혼인 취소 청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혼인 전 강간을 통한 임신과 출산 경험을 고지하지 않고 한 결혼을 '사기'에 의한 결혼이라고 볼 수 있을지를 살펴보아야 할텐데요.

우리 대법원의 경우 유사한 사례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폭행 피해를 당해 임신과 출산을 한 경우라면 이것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 사회통념상 고지를 기대할 수 없어 혼인 취소 사유라고 볼 수가 없다는 판단을 한 바 있습니다.


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


◇ 출산 경험을 숨기고 결혼한 아내와 이혼할 경우, 재산분할을 해줘야 하나?



Q) 아내가 출산 경험을 숨긴 채 저와 결혼한 사실로 인해 부부 관계가 파탄되어 이혼을 하게 된 경우, 이는 순전히 아내가 유책 배우자이니 재산분할은 따로 해주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 그렇지 않습니다. 배우자의 유책을 이유로 별도의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유책 배우자라고 해서 재산분할을 받을 수 없는 아닙니다. 즉, 유책인 것과 재산분할의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죠.

재산분할은 오로지 결혼 생활 중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로 판단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책 배우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기여 비율에 따라 재산을 분할해 갈 수 있습니다.

장윤정 변호사
[이혼도 똑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한 이혼을 위해 챗봇처럼 궁금증을 대화하듯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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