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몰래 혼인신고' 보도했더니 기자에 억대 소송…대법 판단은?

법원 "판결 공개, 헌법 기본 원리"

성시호 2022.09.13 10:56
/사진=뉴스1
형사사건 판결을 기사로 써낸 기자와 보도에 협조한 공보판사를 상대로 억대 손해배상을 청구한 피고인이 최종 패소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국가와 언론사, 소속 취재기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19일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상대방 남성 몰래 혼인신고서를 시청에 제출한 혐의로 고소돼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방법원의 항소심 재판부는 2013년 8월 A씨의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같은해 10월 벌금형을 확정했다.

B기자는 A씨에게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뒤 해당 지법 공보판사를 통해 비실명화된 당시 사건의 판결문을 열람하고 2013년 8월 말 400자 내외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에는 A씨의 이름을 뺀 성씨·나이·직업과 사건 개요, 재판부 판단 등이 담겼다.

보도 6년 후 A씨는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피해금과 위자료 등 3억7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형사사건 당사자인 자신의 동의 없이 기자에게 판결문 열람을 허용한 법원 공보판사의 행위가 위법했다며 국가가 언론사와 공동으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재판부는 "판결의 공개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기본 원리"라며 '개인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B기자가 판결문을 보지 않더라도 법정에서 재판을 방청해 사건을 취재할 수 있었다고 봤다. 또 당시 보도가 동의 없는 혼인신고에 대한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 성립 여부에 관한 것이어서 시사성이 적지 않아 사생활 침해 정도보다 공공의 이익이 더 커보인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도 "헌법이 판결의 공개에 대해서는 심리의 공개와 달리 어떠한 제한 사유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때 재판부는 판결문이 법원출입기자 등 제한된 인원에게 제공돼 "설령 A씨 주장처럼 판결문에 비실명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사용될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또한 원심의 판결에 사실 관계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 109조에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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