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 기업의 이전가격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화우의 조세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신상현 2022.11.27 13:19
유엔 총회./AFP=뉴스1

전기차를 앞세워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돌발 언행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오르내린다. 머스크의 예기치 못한 발언과 행동으로 테슬라의 주가가 요동치고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주주들도 밤잠을 설친다. 최근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자 광고주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인수 조건으로 트위터도 빚을 지도록 하는 바람에 트위터 파산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지경이다.

기업 오너의 언행이 주가뿐 아니라 기업의 사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단순히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숫자뿐 아니라 비재무적 가치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근 비재무적 가치를 평가하는 요소로 주목받는 게 ESG(환경·사회적 가치·기업 지배구조)다.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과거엔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재무제표 중심으로 평가했지만 최근엔 ESG 같은 비재무 요소를 평가에 반영하는 또렷하다. 우리 정부도 이런 흐름에 맞춰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에 대한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 전체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기업의 조세 투명성은 ESG 경영을 구성하는 요소 중 지배구조, 사회적 가치와 관련 있다. 특히 조세회피 문제는 불매운동 등의 여론으로 이어지면서 매출과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과 관련한 정책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중 조세 투명성과 관련된 ESG 정책에서 이전가격 정책을 내놓는 곳도 많다. 이전가격은 기업이 해외 자회사나 지점과 원재료·제품 등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가격을 말한다. 전세계를 활동무대로 하는 다국적기업 중에선 세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사례가 적발되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점에서 ESG 측면에서 새로운 이전가격 정책의 주요 내용은 기업이 해외 관계사와 거래를 하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이전가격 지침서와 각국의 정상가격에 따른 합리적 수준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ESG 경영 도입에 따른 다국적기업의 이전가격 정책 변화는 그룹 전반의 공급망 재편과 사업구조 재편 등을 통한 실질적 변화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선언적인 성격에 그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들도 ESG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 글로벌 사업운영 전략의 변화가 이전가격 과세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미리 검토해야 한다.

이를테면 기업이 탄소 저감을 위해 생산 공급망을 재편하거나 물류 효율화를 위해 거래구조를 변경할 때는 특수관계 법인들이 △수행하는 기능 △부담하는 위험 △사용하는 자산 등을 면밀히 검토해 재편된 사업구조에서 특수관계 거래가 정상가격 원칙에 부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이전가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와 관련해선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근로자들의 복지향상 요구 등에 따른 비용 증가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ESG 경영에 따른 이런 비용은 다국적기업 전체의 가치 사슬에서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 것인지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다국적기업의 구매 관리도 공급망 내 모든 협력업체를 포함한 ESG 측면에서 위험 검토와 효율적 대응을 위해선 본사 중심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유리할 수 있다. ESG 경영으로 기업의 이전가격 정책이 변경되는 경우 적절히 문서로 남겨 거래 변경에 따른 과세 위험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빨라진 ESG 경영의 확산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기업의 경영 전반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 문제와 사회 가치에 대한 관심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빠르게 바뀌면서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또한 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조세 투명성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시대적 소명이자 책임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우리 기업으로선 이에 걸맞는 이전가격 정책을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신상현 미국회계사.

[법무법인(유) 화우의 신상현 미국회계사는 국내외 주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국제조세 및 이전가격 자문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국내외 글로벌 회계법인에서 근무하였으며, 이전가격 위험진단 및 정책수립, 이전가격 보고서 작성, 세무조사 및 조세불복 지원, 상호합의 절차(MAP) 및 정상가격 산출방법 사전승인(APA) 지원, BEPS 프로젝트 관련 자문 및 다양한 산업의 주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국제거래통합보고서 작성 등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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