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영장 요건 강화 두고…법·검·변 벌어지는 입장차

박다영 2023.02.20 05:00
/사진=대한민국 법원

압수수색 영장 발부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대법원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두고 '법조 3륜(법원·검찰·변호사협회)'의 입장차가 벌어진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 남발을 막고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를 내세우지만 검찰은 수사 신속성과 밀행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반발한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는 일부 절차 개선에만 동의하는 입장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입법예고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은 다음달 14일까지 외부 의견을 수렴하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대법관회의에서 최종안이 의결되면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서 논란이 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검찰이 핸드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기기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분석할 검색어와 대상 기간 등을 써내야 한다는 것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법관이 피의자나 사건 관계자를 대면 심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원의 개정 방침이 알려지자마자 수사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압수수색 영장 심사에 사건 관계자가 참석할 경우 수사 기밀 유지가 중요한 간첩이나 기술유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피의자에게 언제 압수수색해도 되겠냐고 알려주는 것"이라며 "관계자들과 피해자에게 미리 정보를 주고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사전 심문 대상 범위에 제보자가 포함된다는 데 대해서는 신분 노출을 우려한 제보자가 사실상 용기를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번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에서 영장 발부 전 심문 절차가 생기면 2차 가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기술유출 사건 같은 경우도 대부분 내부고발자의 익명 제보가 많은데 영장심문에 참여해야 하면 앞으로 이런 고발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협도 검찰의 이런 주장에 공감한다. 변협은 전날 자료를 통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피의자가 장차 발부될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미리 대비하게 해 수사의 밀행성을 해칠 수 있다"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휴대폰 등 디지털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검색어를 적어내도록 하겠다는 법원 방침에 대해서도 수사가 지연되면서 증거가 인멸될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한다. 범죄 혐의자들이 은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디지털 파일에는 일부러 엉뚱한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약 범죄자들은 마약을 '아이스', '풀떼기' 등으로 부른다. 비자금·뇌물 사건에서 디지털 파일명에 실명이나 뻔한 단어를 적는 경우도 상상하기 어렵다. PDF나 동영상, 이미지처럼 검색어로 적어내기 힘든 형태로 저장할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 지역 지방청 한 검사는 "파일명이 '여행계획서'였는데 열어보니 내부 보고문이 나왔던 적 있다"며 "메신저 대화를 캡처한 사진이나 동영상이 증거가 되기도 하는데 이런 증거를 확보하는 게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현재 디지털정보 압수수색에 제약이 없어 사생활의 비밀과 정보 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제한 장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대면 심리 도입에 대해서도 검찰이 개정안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수사의 밀행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인 심문만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정안은 압수수색 당사자의 참여권을 넓히기 위한 취지일 뿐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변협도 디지털정보 압수수색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선 일부 동의한다. 변협은 "디지털정보의 압수수색절차를 개선할 필요성에 동의한다"며 "다만 이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기재 방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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