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너일가 다투는 '상속회복청구', 뭐길래

화우의 웰스매니지먼트팀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상속·증여의 기술'

양소라 2023.03.20 15:30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 A씨가 사망한 뒤 아파트 1채가 상속재산으로 남았다. 상속인인 자녀 갑·을·병은 아파트를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지 의논했다. 갑은 빨리 팔고 싶었지만 을과 병은 팔지 말고 공유하자고 주장했다. 공동상속인 세 사람의 의견이 달라 합의하지 못한 채 3년이 흘렀다.

그 사이 갑이 사업에 실패해 형편이 어려워졌다. 갑은 형제인 을과 병 몰래 부동산을 단독 소유하기로 합의한 것처럼 상속재산분할합의서를 위조해 아파트를 처분하려 했다. 하지만 아파트를 처분하기 전에 을과 병에게 이런 사실이 발각됐고 을과 병은 갑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합의가 위조돼 무효라는 취지로 갑 명의의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를 제기했다.

갑·을·병의 사례처럼 진정한 상속인(을·병)이 자신의 상속권을 침해한 참칭상속인(갑)을 상대로 자신에게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있음을 주장하고 상속재산의 반환 등 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통틀어 상속회복청구권이라고 한다.

최근 LG그룹 총수 일가에서 발생한 상속 관련 분쟁도 일부 유족이 상속회복청구권을 주장한 경우다.

상속회복청구는 상속재산의 종류와 침해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갑·을·병의 사례 같은 경우에는 참칭상속인 명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가 상속회복청구가 된다. LG그룹처럼 상속재산 대부분이 주식이라면 주식인도(반환) 청구 형태가 될 수 있다. 또다른 경우로 상속재산이 동산이라면 동산인도반환청구 등이 상속회복청구가 된다.

상속회복청구의 상대방인 참칭상속권자에 대해 대법원은 '참칭상속권자란 재산상속인인 것을 신뢰하게 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는 자나 상속인이라고 참칭하여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유하는 자'로 규정한다. 가족관계등록상 상속인으로 기재돼 있지만 실제로는 상속인이 아닌 자나 상속포기자, 상속결격자처럼 상속인이 아닌데 상속인으로 행세하는 자가 해당한다.

공동상속인이 참칭상속인이 될 수도 있다. 절대 다수의 분쟁은 공동상속인 사이에 발생한다.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다른 공동상속인을 배제하고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에 관하여 점유 또는 등기를 하거나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경우 진정한 상속인인 공동상속인이라도 상속회복청구의 상대방이 된다. 정당한 상속분을 넘은 상속재산을 점유하고 있다면 다른 상속인의 상속권을 침해한 참칭상속인으로 본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상속회복청구 관련 분쟁은 상속재산분할합의의 효력에 대해 다투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재산의 소유권이 공동상속인들에 이전되고 공동상속인들은 상속재산을 법정상속분대로 공유하게 된다.

그러나 상속재산의 공유는 실제로 재산을 나누기 전까지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다. 상속재산의 소유권에 대한 유언이 없다면 공동상속인들의 전원 합의 또는 법원의 상속재산분할 결정이 있어야 한다.

갑의 사례처럼 장남이 공동상속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상속재산분할합의서를 위조해 단독으로 상속받아 소유하는 것처럼 부동산을 이전했거나 공동상속인 전원이 합의했지만 합의가 착오로 이뤄진 것이어서 취소됐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등기원인이 된 상속재산분할합의는 무효다. 다른 상속인들은 다시 적법하게 상속재산분할합의를 하기 전에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해 장남 명의의 상속부동산 등기를 말소시키고 망인 명의로 회복시켜야 한다. 망인 명의로 등기를 회복한 후 합의를 거쳐 상속재산을 정리해야 한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 '침해를 안 날'이란 상속인 본인이 진정한 상속인이고 자기가 상속에서 제외된 사실을 안 때를 의미한다. 단순히 상속권이 침해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청구권이 소멸되면 상속재산은 참칭상속인의 소유가 된다.

상속회복청구는 상속재산분할이나 유류분반환 등 전형적인 상속분쟁과 비교하면 분쟁 건수가 많지 않다. 대다수가 부동산 이전등기에서 발생하는데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외에 인감증명서까지 위조해 등기 이전 절차를 마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키는 사람 열이 도둑 하나를 못 당한다'는 말처럼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는 것이 좋다.

양소라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화우

[양소라 변호사는 2008년부터 법무법인 화우에 근무하고 있다. 화우의 웰스매니지먼트팀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기업송무, 상속 및 가사 관련 분쟁, 성년후견, 유언대용신탁 등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상속의 기술'을 출간했으며 한국가족법학회 및 한국상속법학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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