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수사' 이인규 전 중수부장 "文 무능, 노무현 죽음 막지 못해"

정경훈 2023.03.17 09:02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사진=뉴시스

13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현 변호사)이 책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를 출간했다. 책의 부제는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이다.

이 전 부장은 책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 실장(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16일 '조갑제닷컴'은 이 전 부장이 집필한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를 이달 20일 발간할 예정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 전 부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정관계 로비 사건인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총괄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뇌물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지휘했다.

이 전 부장은 책머리에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온 국민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며 "2023년 2월21일로 노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도 모두 완성됐다. 이제는 국민에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진실을 알려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인정된다고 책에서 주장했다.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2억550만원 상당의 피아제 시계 세트 2개를 받은 사실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 시계가 2006년쯤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전달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권 여사가 2007년 6월29일 청와대에서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100만달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해 9월22일 홍콩에 있는 임윙 계좌로 40만달러를 추가로 받았다고도 기재했다.

이밖에 노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가 미국 주택 구입 명목으로 140만달러를 받은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환경재단 출연금 약 500만달러가 노건호씨의 사업자금 명목으로 주어진 뇌물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을 가혹하게 비난했던 좌파 언론인들과 그를 멀리했던 민주당 정치인들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후 돌변했다"며 "언제 그랬냐는 듯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검찰에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 자신이 의미를 상실했다며 손가락질했던 '노무현 정신'을 입에 올리며 앞다퉈 '상주 코스프레' 대열에 합류했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당시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사의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회고록 '운명'에서 과거에 한 말을 뒤집었다"며 "사실을 왜곡해 검찰 수사를 폄훼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논두렁 시계' '망신 주기'라는 말로 검찰이 허위 사실로 모욕을 줘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견강부회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저지른 비리의 실체는 은폐하고 검찰을 악마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부장은 변호인으로서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무능하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직후에는 검찰 수사에 대해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다가 정치를 결심하면서 돌변, 검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며 "문재인 변호사는 무능하고 무책임했다. 이것이 그(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막지 못한 원인"이라고 했다.

이 전 부장은 문재인 변호사가 수사팀 누구에게도 연락하거나 찾아온 적이 없었다고 했다. 수사 내용을 파악해 수사 방향을 조율한 적도 없다고 했다.

조갑제닷컴 측은 "자신의 검사 생활을 수필류가 아닌 본격적인 기록물로 정리한 이는 이 전 부장이 처음일 것"이라며 "한국 부패 구조의 저수지 역할을 해온 재벌과 권력의 결탁을 정조준한 수사로 역사적 결과를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긴장감이 넘친다. 단편적 언론보도로는 드러나지 않는 검찰 내부의 수사 비화는 드라마적 요소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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