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 뒤에 감춰진 28.5억 빚…2000여건 통화 파헤친 검찰

박상곤, 정경훈 2023.03.20 15:09
/사진=뉴시스

28억원의 빚을 갚지 않으려고 동업자를 살해한 피의자의 혐의를 규명한 사건이 2023년 2월 검찰 형사부 우수 수사사례로 선정됐다.

대검찰청은 전국 형사사건 중 '야구방망이 강도살인' 사건 등 4건을 지난달 형사부 우수사례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제3부(부장검사 권현유·주임검사 이세종)는 동업자를 차량으로 들이받고 야구방망이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지난달 공소장을 변경해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사기 혐의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 보완수사 결과 A씨는 동업자에게 진 빚 28억5000만원을 갚지 않으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채 단순 살인 혐의로 경찰에서 송치된 상태였다. 검찰은 구속기간 문제로 A씨를 살인 혐의로 우선 기소한 후 수사를 계속했다. 피해자와의 거래내역, 메시지와 약 2000개의 통화녹음을 분석한 결과 A씨는 피해자에게 대한 사기와 28억원 상당의 채무 관련 책임을 피하고자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제2부(부장검사 송정은·주임검사 변형기)는 단순 중고 물품 사기로 송치된 피고인을 수사해 보복협박과 스토킹처벌법위반 등 혐의를 추가로 밝혀냈다.

피고인 B씨는 피해자들에게 콘서트 티켓과 상품권 등을 보내줄 것처럼 속여 798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사기 피해 당사자들과 이들의 문자메시지·녹음파일을 조사하면서 스토킹 행위가 일어났다고 의심할 수 있는 단서를 포착, 관련 수사를 이어갔다.

그 결과 B씨는 자신을 신고한 피해자들에게 앙심을 품고 피해자 주거지에 후불로 4차례 음식을 시키거나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11차례 건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사기 혐의에 대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았지만 스토킹 혐의가 드러난 뒤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B씨가 질병 등 사유로 피의자 심문 기일에 불출석했지만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없는 점을 확인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가스라이팅과 폭력을 휘둘러 피해자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성매매 대금을 착취한 사건에서 성매매 약취와 성관계 촬영 등 추가혐의를 밝혀낸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장일희·주임검사 이경아)도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구속된 C씨는 피해자에게 약 2500회 성매매를 강요하고 5억원 상당의 성매매대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C씨가 피해자에게 살을 찌우도록 강요하거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게 한 혐의와 피해자의 신고를 도운 사람을 스토킹 한 혐의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C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공범 3명 중 2명을 구속 기소했다.

대검은 "검찰이 추가 범행을 밝혀냈고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피고인들의 아파트 등을 추징 보전함과 동시에 피해자 보호·지원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지적장애가 있는 형수에게 지급된 형의 사망보험금 2억35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D씨를 불구속 기소한 전주지검 정읍지청(부장검사 국원·주임검사 진동화) 사건도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D씨는 법률상 무효인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뒤 형수 부동산의 소유권을 본인 명의로 이전했다.

D씨의 형수는 D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횡령은 친족상도례에 따라 친고죄에 해당한다. 검찰은 D씨의 형수가 지적장애인이어서 의사·고소 능력이 충분치 않지만 실제로는 D씨의 처벌을 원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지정고소인 제도를 활용해 피해자의 변호사를 고소인으로 지정, 고소장을 받아냈다. 지정고소인 제도는 친고죄와 관련해 고소할 자가 없을 때 이해관계인의 신청이 있으면 검사가 10일 이내 고소할 수 있는 자를 지정하는 제도로 실무에서 거의 활용되지는 않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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