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 배상해야"

정경훈 2023.03.30 11:46
대법원/사진=뉴스1

대법원이 다국적 승강기 회사 쉰들러홀딩스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쉰들러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쉰들러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30일 확정했다.

원심은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고 한 전 대표도 이 가운데 19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이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5개 금융사와 파생상품 계약을 맺은 것을 문제 삼으며 2014년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주주대표 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임무를 어겨 손실이 일어난 경우, 회사를 대신해 주주가 이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내는 소송이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파생상품을 계약해 문제라고 했다. 현대 측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어 현대엘리베이터에 약 700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1심은 현 회장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각 파생상품 계약 체결은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법령을 어기지 않고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유효, 적절한 수단이었다"고 했다.

2심은 일부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라"며 "한 전 대표도 이 가운데 190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은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아 현대엘리베이터 이사들이 현대엘리베이터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파생상품 계약 체결을 의결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고 했다. 감시 의무를 게을리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운업 불황이 길어져 주가가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의무 위반 정도에 비해 손해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진 점 등을 고려해 배상 책임을 줄였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현 회장 등이 파생상품 계약 중 일부 계약을 맺을 당시 체결 필요성, 손실 위험성 등에 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거나 검토가 부족한 것을 알고도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아 계약 체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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