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과 세금

화우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정종화 2023.05.31 03:00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이더리움 국내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3.04.14. /사진=뉴시스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와 거래 문제를 다룬 기사가 다수 보도된다. 가상자산은 주식과 달리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같은 불법적 행위를 규율하는 법률이 아직 없다. 가상자산 거래차익도 과세대상이 아니어서 세금탈루가 문제될 여지도 없다. 또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 등이 성립하지 않는 한 가상자산 보유나 거래 자체에 대해 현행법으로 해당 국회의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언급도 자주 나온다. 소위 코인이나 토큰으로 불리는 가상자산이 현행 세법에서 어떻게 취급되는 걸까?

현행법상 가상자산의 개념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한다). 다만 전자화폐·전자유가증권 등은 제외한다"로 정의돼 있다.

소득세법은 개인이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열거하고 있다. 다만 그 시행시기가 최근 2025월 1월1일로 연기돼 2024년까진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얻는 소득에 대해선 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임금이나 재화·용역의 대가 등을 가상자산으로 수령한 경우 해당 가상자산이 과세소득을 구성하는지 여부에 관해선 명확한 선례가 존재하진 않지만, 특금법상 정의규정에서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비트코인에 대해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무형재산으로 보아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수령 무렵 가상자산의 가격을 기준으로 두고 그 원화 환산액을 소득으로 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법인세법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소득 열거주의를 채택하는 소득세법과 달리 순자산증가설 내지 포괄주의(소득 원천에 관계 없이 모든 수입을 소득이나 상속·증여재산으로 파악)를 채택하고 있으니 법인이 얻은 가상자산 소득과 개인이 상속·증여받은 가상자산은 현행법으로도 과세대상이 된다. 또 2023년부터 국제조세조정법에 따른 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에 해외 가상자산 계좌도 포함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2022년 중에 가상자산을 포함해 해외금융계좌 잔고액이 5억원을 초과한 사람은 올해 6월에 반드시 해외금융계좌를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 같은 신고의무를 불이행하면 신고위반금액의 20%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고 경우에 따라선 형사처벌까지 당할 수 있다.

한편 부가가치세법은 가상자산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2014년 국세청은 비트코인이 화폐로 통용되는 경우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화로 거래되는 경우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그런데 2021년 기획재정부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채굴해 거래소에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한 경우 해당 가상자산의 공급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선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아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 여부는 조속한 법적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가상자산을 통해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있을지도 문젯거리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단순한 미신고·과소신고·허위신고나 차명계좌·특수목적법인 이용 자체만으론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고, 조세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소위 적극적인 은닉행위)가 있는 경우에 한해 조세포탈의 구성요건인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인정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최근 한 국회의원의 사례처럼 가상자산의 경우 거래의 존재 여부는 모두에게 공개된 블록체인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그 거래당사자의 구체적인 신원은 노출되지 않는 점이 고유한 특성이다. 따라서 단순히 가상자산을 통해 소득을 은닉하는 행위만으론 조세포탈죄가 성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가상자산의 이용 외에 추가로 과세관청을 기망하는 적극적인 행위가 수반된 경우에 한해 조세포탈죄의 성립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게 분명하다. 다만 유가증권과 달리 제도적인 규율이 이뤄지지 않아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이를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비트코인·이더리움과 같이 기술력과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는 가상자산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수많은 가상자산이 거래소에서 거래되며 새 코인이 지속적으로 발행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법과 제도를 정비해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종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정종화 변호사의 주요 업무분야는 조세 및 국제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다. 법인세, 소득세, 지방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 관세, 주세 등 과세처분 및 각종 인허가, 석유수입부과금을 비롯한 다양한 행정처분과 관련한 조세·행정쟁송, 자문사건을 처리하였고, 서울지방국세청, 기획재정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산림청 등 여러 행정부처에 대해 조세·행정 관련 자문을 제공해왔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