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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공백에 주요 판결 정지…재판 지연 우려 더 커진다
[MT리포트-대법원장 잔혹사, 사법부가 멈췄다]③
정경훈
2023.09.25 05:40

국회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새로운 법리와 기준을 제시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밀리면 하급심의 유사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쳐 재판 지연 사태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으로 당분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와 선고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사회·정치적으로 관심도가 높거나 파급력이 큰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되지만 대법원장 공석시 권한대행을 맡는 안철상 선임 대법관이 재판장을 맡아 심리를 주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적으로 할 수 있다, 없다로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전원합의체 심리와 판결이 판례 변경, 법리 판시 등의 기능을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행 체제에서 전원합의체를 운영하는 것운 본래 취지에 맞춰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살피면 1978년 민복기 대법원장 퇴임 후 이영섭 대법원장이 취임하기 전 3개월 사이에 전원합의체 판결이 2건(1978년 12월, 1979년 2월) 있었다. 다만 이 기간에도 전원합의체 심리가 이뤄진 기록은 없다. 1987년 헌법 개정 이전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사례를 그대로 인용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에서 대법관 의견이 6대6으로 나뉜 경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대법원장 없이는 전원합의체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법원장 없이 진행할 경우 '가부동수' 상황을 해결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국회 인준이 늦어졌을 때도 전원합의체 선고를 연기하고 심리만 진행했다.
현재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은 5건으로 집계된다. 다음달 중 판결이 나지 않을 경우 전원합의체 심리 대기 사건은 계속 늘어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야 할 중요 사건까지 줄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판례를 기다리는 하급심 판결도 영향권에 놓인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는 "전원합의체 회부 사건을 맡은 1·2심 재판부가 새 법리·기준 도출 가능성 때문에 대법원 결론까지 판결을 미룬 경우가 많았다"며 " 대법원장 공백이 각급 법원 유사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치면서 최근 법원의 최대 문제로 꼽히는 재판 지연 사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대법원 소부에서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법관이 소부 심리·판결에서 제외될 경우 나머지 대법관 11명의 업무 부담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법관 1명당 한해 평균 4000건 이상의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원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심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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