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퇴사 후 中 영세업체로...法 "우회 취업 의심돼"
박다영
2023.10.03 07:00
/사진=대한민국 법원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퇴사하면서 전직금지 약정금으로 1억1200여만원을 받고 중국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기 생산업체로 이직한 전직 직원에 대해 우회취업을 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박범석)는삼성디스플레이가 전직 직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7월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24년 1월15일까지 경쟁사나 또는 계열사에 고용 또는 파견돼 근무하거나 우회취업, 자문제공계약, 자문계약 방법으로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라며 "A씨가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일 당 500만원씩을 삼성디스플레이에 지급하라"고 했다.
A씨는 2008년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해 2012년부터 OLED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ELA(엑시머레이저어닐링) 공정 개발 업무의 그룹장(PL)으로 근무하다가 2022년 1월 퇴사했다.
퇴사 직전 A씨는 삼성디스플레이에 '퇴직일로부터 2년간 영업비밀이 누설되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창업하거나 국내외 경쟁업체에 전직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영업비밀 보호서약서를 제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씨에게 전직금지 약정금 명목으로 A씨의 연봉에 해당하는 1억1200여만원(세후 8797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A씨는 2022년 4월 중국 광동성 혜주시로부터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기 생산업체인 C사에 근무하는 내용의 외국인 취업허가를 받았고 퇴사 7개월만인 같은해 8월부터는 이 회사에 재직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A씨는 실제로 C사에 취업한 것이 아니라 경쟁회사에 우회취업을 한 것"이라며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A씨 측은 "서약서에서 전직을 금지한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회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전직금지의무를 부담하는 경쟁업체에 우회취업을 한 것이라는 의심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면서 "C사는 직원 7명, 자본금 1000만원 위안(약 19억원)에 불과한 영세업체다. 본사는 3층 높이의 낡은 건물인데 A씨의 경력과 이전 급여 수준 등에 비춰볼 때 A씨가 삼성디스플레이를 그만두고 중국의 영세 업체인 C사에 진정으로 취업한 것인지 여전히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C사의 판매제품은 대부분 A씨의 경력이나 그간 취급한 업무와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의 주장대로 C사에서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기 반제품을 제조한다고 하더라도 C사가 주력물품으로도 보이지 않는 물품의 일부 기술을 위해 A씨를 채용했고 A씨는 본인이 보유한 기술 또는 정보와 전혀 무관한 C사에 취업한 이유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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