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SK하이닉스로 이직하고선 삼성 성과급 챙긴 임원…법원 "반납하라"

박다영 2023.10.30 11:01
/사진=대한민국 법원

삼성SDS가 퇴사 후 1년 동안 경쟁업체로 이직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어기고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전직 임원에게 성과급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삼성SDS의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인 SK하이닉스는 삼성SDS의 경쟁사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장원정 판사는 삼성SDS가 전직 삼성SDS 임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장기성과 인센티브 반환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6490만원을 지급하라"며 지난 24일 원고 일부 승소를 선고했다.

A씨는 200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생산라인 시스템 설계 등 업무를 맡다가 2012년 부서가 삼성SDS로 이전되면서 삼성SDS로 자리를 옮긴 뒤 2017년 스마트팩토리사업부 전자·제조사업팀장 겸 사업기획그룹장 업무를 위임받아 임원으로 승진했다. A씨는 임원이 되면서 퇴사 후 1년 안에 경쟁업체로 이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했다.

A씨는 2020년 9월 퇴사 의사를 밝힌 후 같은 해 12월 삼성SDS를 퇴사했다. A씨는 퇴사 당시 경쟁사나 SK하이닉스로 이직하는지에 대한 확인 요청에 SK하이닉스로 이직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지만 같은 달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A씨가 SK하이닉스에 입사한 사실은 2022년 5월에야 SK하이닉스가 A씨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이라고 공시하면서 드러났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에는 A씨를 미등기 임원으로 공시하지 않아 삼성SDS에서는 A씨의 이직 사실을 알지 못했고 A씨가 퇴사한 뒤에도 내부규정에 따라 두차례에 걸쳐 A씨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SDS 경영위원회는 'LTI(장기성과 인센티브제도)'에 따라 2017~2019년 상근임원의 성과에 대해 3년 평균 연봉의 270%를 2020~2022년 분할 지급하기로 했고 A씨에게는 2020년 8월 1차 지급분 1억4616만원(실지급액 7539만원)과 2021년 1월 2차 지급분 7308만원(실지급액 6490만원)이 지급됐다.

삼성SDS는 A씨가 SK하이닉스로 이직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A씨가 퇴사 과정에서 이직을 의도적으로 은폐해 회사를 기망했고 SK하이닉스에 재직하면서도 인센티브를 부당하게 수령했다"며 소송을 냈다.

쟁점은 삼성SDS와 SK하이닉스가 경쟁업체인지였다.

삼성SDS는 "A씨가 삼성SDS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경쟁업체 SK하이닉스로 이직해 삼성SDS의 핵심영업비밀이 유출되고 삼성전자의 신뢰가 상실되는 등 막대한 손해가 야기됐다"며 "A씨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 730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삼성SDS와 동종업체에 취업하지 않았고 명시적인 손해를 끼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삼성SDS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SK하이닉스가 1년 이상 A씨의 임원 재직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것은 삼성SDS가 전직금지의무 위반을 주장할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제조업을 하는 국내 주요 회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기 때문에 SK하이닉스를 전직금지 의무 대상인 경쟁업체에 포함시킨 것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LTI 지급 범위는 회사에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된다"며 "이미 지급한 LTI에 대해 지급 취소 사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취소하고 환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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