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에 3분의1만 부른 조희대 대법원장 "신속 재판 못지켜 국민 고통"

조준영 2023.12.11 16:4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3.12.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국민적 원성이 높은 재판 지연 문제 해소를 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제17대 대법원장으로서 집무에 본격 돌입했다. 특히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74일간 이어지면서 해소할 현안이 산적한 현실을 감안, 취임식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면서 법원 구성원들이 업무에 전념하게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7대 대법원장 취임식'에서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국민들이 법원에 절실하게 바라는 목소리를 헤아려 볼 때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의 원인은 어느 한 곳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세심하고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엉켜 있는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법원 구성원 전체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절차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재판 제도와 법원 인력의 확충과 같은 큰 부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을 찾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법관 인사제도를 개선할 뜻도 내비쳤다. 조 대법원장은 "업무 환경의 변화를 세심히 살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한 인사운영제도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 문제 해소 방안과 인사제도 개선 방안 등을 오는 15일 개최되는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의 속도와 함께 공정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이 공정하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재판의 전 과정에 걸쳐 공평한 기회가 보장돼야 할 것"이라며 "불공정하게 처리한 사건이 평생 한 건밖에 없다는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그 한 건이 사법부의 신뢰를 통째로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 재판 제도와 사법 행정에 걸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균형 있는 판단 기준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판 제도와 사법 행정의 모든 영역에서 법관이 부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잘 살피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식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대법원은 이날 취임식 참석 인원을 170명으로 설정해 좌석을 배치했다. 약 600명이 참석했던 김명수 전 대법원장 때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조 대법원장이 오는 15일 법원장 회의를 고려해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을 제외한 일선 법원장은 참석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수장 공백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진 상황과 사법 현안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참석자 규모를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식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방명록에는 '국민의 자유와 행복'이라고 적었다.

조 대법원장은 임기가 2027년 6월 5일까지다. 대법원장의 공식 임기는 6년이지만, 조 대법원장은 1957년 6월 6일생이어서 정년(70세) 규정에 따라 다른 대법원장의 절반이 조금 넘는 3년6개월여만 재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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