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상자 속에 생수만…'수출하는 척' 빼돌린 77억원어치 면세품 밀수

심재현 2024.04.01 11:06
1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인천공항본부세관 직원이 반송수출 면세품의 '바꿔치기' 수법을 이용해 국내로 빼돌린 밀수입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양주와 담배를 살펴보고 있다. 인천지검 국제범죄수바부와 인천공항본부세관은 공동으로 국내 면세점에서 중국 보따리상 명의로 면세품을 구입해 가짜 수출용 박스와 바꿔치기 후 국내로 빼돌려 담배 70만 갑, 면세 양주 1,110병 등을 '밀수입'하는 등 총 77억원 상당의 면세품을 국내로 빼돌린 일당 5명을 기소했다. /사진=뉴시스

중국 보따리상(소상공인) 명의로 국내에서 수출용 면세 담배와 양주를 매입한 뒤 해외로 반출하지 않고 국내에 유통한 일당이 검찰과 세관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이 밀수입했거나 밀수입하려던 담배와 면세양주가 77억원대에 달한다.

인천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정유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 등 혐의로 한국계 중국인 A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범인도피 혐의로 바지사장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A씨 등은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면세 담배 70만갑(37억6000만원 상당)과 면세 양주 1110병(3억6000만원 상당)을 밀수입하고 면세 담배 40만갑(35억8000만원 상당)을 밀수입하려다가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중국인 보따리상 4명 명의로 국내 시내 면세점에서 담배와 양주를 5차례에 걸쳐 대량으로 사들인 뒤 세관 당국에는 홍콩으로 반송 수출하겠다고 신고했다. 반송 수출은 면세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보세구역에서 외국으로 곧바로 수출하는 절차다.

하지만 A씨는 담배와 양주를 반송 수출하지 않고 미리 준비된 비슷한 외관의 가짜 수출용 상자와 바꿔치기한 뒤 가짜 상자를 담배와 양주인 것처럼 위장해 수출하고 반송 수출해야 했던 담배와 양주는 국내로 빼돌려 밀수입했다. 가짜 상자에는 골판지나 생수를 채워 면세품 수출용 상자와 비슷하게 모양이나 무게를 맞췄다.

A씨는 공범들이 지난해 11∼12월 세관 당국의 수사를 받자 B씨에게 4000만원을 주고 바지사장으로 세워 주범 행세를 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인천공항세관은 이들 일당 중 3명을 지난해 5월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창고 CCTV(폐쇄회로TV) 화질을 개선하는 등 보완 수사를 벌여 지난 2, 3월 일당 4명을 구속 기소하고 바지사장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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