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 부주지 스님 해고한 사찰…법원 "부당 해고"

조준영 2024.06.09 11:02
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불교 재단 소유 사찰이 부주지 스님을 문자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A 불교재단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B씨는 A 재단 소유 사찰에서 부주지로 사찰 행정업무 등을 수행하다 2022년 '재단의 퇴거 명령에 불응하고 욕설 등 스님으로서의 품위, 재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임 통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B씨는 같은 해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냈지만 지노위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판단은 달랐다. 중노위는 B씨가 종교적 업무와 함께 행정관리 업무를 수행한 만큼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B씨의 재심 신청을 인용, "A재단이 해고 사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 재단은 B씨가 주지 업무를 보좌하는 부수적 업무만 수행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중노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부주지는 주지를 보좌해 사찰 관리·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등 업무가 상당 부분 정해진 상태였고 B씨는 그 업무를 수행했다"며 "A 재단 역시 사찰 방문과 재정 관리 등을 통해 B씨 업무를 관리·감독했다"고 밝혔다.

또 문자해고 통보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며 "문자메시지로 해임을 통보한 것은 서면 통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A 재단이 해고 사유·시기를 기재한 서면으로 해고 통지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절차상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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