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가족 로펌' 전성시대[법정블루스]

정진솔, 박다영 2024.08.13 06:00
/사진=머니투데이

이른바 '가족 로펌' 전성시대다. 한 지붕 로펌에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판사 출신 부모 밑에서 로스쿨 출신 자녀가 굵직한 사건을 함께 수임하는 사례가 특히 눈에 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대법관 유력 후보였던 홍승면 변호사(60·사법연수원 18기)가 차린 '변호사 홍승면 법률사무소'가 대표적이다. 홍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같은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딸과 함께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 상고심 법률대리인단에 합류했다. 지난 4월 합류한 구광모 LG 회장의 상속재산 소송 법률대리인단에도 딸과 함께 선임됐다.

LG 상속재산 소송에서 구 회장의 모친과 여동생 대리인을 맡고 있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60·17)도 법무법인 해광에서 변호사인 아들과 함께 근무하다 해당 소송에 함께 선임됐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서 탄핵심판 주심을 맡았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65·14)은 법관 퇴임 후 차린 법무법인 케이원챔버에서 변호사 아들과 함께 일하면서 LG 상속 소송의 구 회장 모친 측 대리인단으로 합류했다 중도사임했다.

법조계에선 '가족 로펌'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로스쿨 제도를 꼽는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자 전관 변호사들의 '2세 법조 수업'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첫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전국 변호사 수가 2배 이상 늘어난 2만8131명으로 집계된다. 2011년 당시 변호사는 1만976명이었다.

법조인들 사이에선 가족에게 일을 맡겨 안심할 수 있는 데다 일종의 가업으로 자식의 경력도 쌓아줄 수 있어 꿩 먹고 알 먹기라는 말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홍 변호사의 경우엔 법조계에서 워낙 유명하다 보니 법관 퇴임 이후 대형 로펌에서 모두 영입에 눈독을 들였는데 딸을 법조인으로 키우기 위해 최상위 로펌의 영입 제안까지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족 로펌'이 법적으로 문제되진 않지만 일각에선 법조권력 세습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지역 한 로스쿨 교수는 "'가족 로펌'은 법률 명가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세습처럼 굳어지면 '부모 찬스'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과거 프랑스의 법복귀족처럼 '가족 로펌'은 직계가족 중에 법조인이 없는 학생들이 법조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결국엔 법조 직역 자체를 외면하게 되는 사법 불신과 법조 직역의 폐쇄화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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