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된 알바생…대법서 무죄로 뒤집힌 이유
박다영
2024.09.05 12:00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정미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 7월31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백의 신빙성, 미필적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A씨는 만 18세였던 2022년 7월부터 8월 사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일당과 공모해 7회에 걸쳐 1억 45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지급받는 현금교부책 역할을 맡았다.
앞서 2022년 6월 A씨는 '캔들포장 알바 채용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회사 사장이 A씨에게 "직원 중 한 명이 코로나에 걸려 당장은 아르바이트 채용을 못하게 됐다"면서 "지인이 대표로 있는 재무설계 회사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는데 그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회사 대표 B씨는 A씨에게 재무 설계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전달받는 업무라고 설명했고, 세금 문제가 있다며 받은 돈은 100만원씩 나눠 무통장 입금하라고 지시했다.
1심은 징역1년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건 당시 만 18세의 미성년자였고 이 사건 전에는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해본 경험 외에는 사회생활을 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자신이 하는 일이 재무설계 회사의 단순한 사무보조 업무라고 믿었을 여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13만원의 일당을 받았는데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점, 다액의 현금을 받아 전달하는 업무에는 분실 등 위험이 수반된다는 점, 약 8만원의 일당이 최저 수준의 임금인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지급받은 대가가 지나치게 높지 않다고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사기죄로 기소되는 사안이 매우 많은데 사기죄의 공동정범이나 사기방조죄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고, 무죄가 선고되기도 한다"며 "피고인의 행위나 인식의 정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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