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부 검사 고생 잘 안다"…심우정 총장 향한 기대[검찰聽]

조준영 2024.09.27 06:00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4.9.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역대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을 얘기할 때 늘 따라붙는 정책이 형사부 강화였다. 공안, 특수부서 검사를 최소화하고 민생범죄를 맡는 형사부 인력을 보충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권과 기업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 슬그머니 특수통 검사들이 약진을 하고 형사부 강화는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되기 일쑤였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형사부의 인력, 조직을 대폭 강화하겠다", "개선방안이 구호에 그치지 않게 하겠다"고 밝힌 게 검찰 안팎에서 새삼 주목받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심 총장은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형사부 검사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지연, 장기미제사건 증가 문제의 해결책으로 '형사부 강화'를 언급했다.

일선 형사부 검사들의 현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검찰에는 매년 40만건이 넘는 고소·고발 건이 접수되고 사건들 대부분이 형사부에 배당된다. 형사부 검사 1명이 매달 배당받는 사건은 100건이 넘는다. 검사들 표현으론 사건을 '쳐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달 말 미제사건을 줄이라는 상부 지시가 들어오고 사건 처리를 위한 밤샘 근무는 일상이다 . 온라인 수사결정시스템엔 사건을 수리한 지 3개월이 넘으면 초록색, 4개월이 넘으면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문자 그대로 수사에 '빨간불'이 켜진다.

대검찰청의 '최근 10년간 전국 지방검찰청 미제사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건 수리 이후 6개월이 넘도록 처리하지 않은 사건은 6594건으로 10년 전인 2014년 989건의 6배가 넘는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남부지검 1차장검사와 2차장 아래 검사 수가 같은 게 정상이냐." 재경지검에 근무하는 한 부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조직도만 봐도 형사부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알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부지검은 중요경제범죄조사단과 공판부를 제외한 1차장 산하 형사부 검사들이 32명으로 반부패, 증권·가상자산, 금융조사 등을 담당하는 2차장 아래 검사(31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2차장 산하에 상대적으로 고참 검사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사부 검사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검사는 "검사 숫자를 늘리지 못한다면 일을 대폭 줄여야 한다"며 "현재 검찰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수사에 인권침해 요소는 없었는지, 공소유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증거수집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려면 형사부 검사가 대폭 늘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수통'으로 지난 9일 사직서를 제출한 임관혁 서울고검장(사법연수원 26기)도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 "지금 검찰은 과부하에 걸려 있다"며 "일반 형사사건 처리, 보완 수사 및 사법 통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수도권지검의 한 평검사는 "송치사건을 줄일 수 없으니 형사부 검사들은 죽어난다"며 "바뀌는 게 없으니 저연차 검사들은 나가고 특수부를 경험한 검사들은 계속 특수라인으로 가니 대부분 형사부, 공판부 검사들은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출신 한 변호사도 "정치수사를 많이 하니 특수부에서 일선 형사부 검사들을 많이 데려가 쓰는데 파견을 못 가면 '내 능력이 부족한가' 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며 "인사·조직관리에서 선굵은 심우정 신임 총장이 '형사부 강화'를 취임 일성으로 언급한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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