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약처의 의료용 마약류 수사를 허하라
기성환
2024.11.21 12:00
최근 치뤄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불법 유통·판매 게시물 711건을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사이트 접속 차단을 요청하고 관할 행정기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고 한다.
향정신성 의약품인 ADHD 치료제는 증상이 없는 정상인이 복용할 경우 집중력이 좋아지는 효과 대신 흥분이나 환각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청소년들에게 오·남용되고 있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서울 시내 특정 지역에서 입시가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ADHD 치료제 처방 건수는 최근 5년 동안에만 3.3배 늘었다.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주는 향정신성 의약품 등 의료용 마약류에는 ADHD 치료제 외에도 마약성 진통제, 식욕억제제,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이 있다. 의료용 마약류 부작용은 개인에 따라 정도가 판이한 데다 의존성이나 중독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으로 용법과 용량에 엄격한 제한을 둔다.
식약처는 2018년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 의료용 마약류 제조·수입·유통·판매·투약 등 모든 취급내역을 관리하고 있다. 의료진과 투약자에 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 중독이 의심스러운 사람이나 불법 투약 정황 등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 식욕억제제나 진통제, 항불안제 등 의료용 마약류 품목군별 안전사용기준을 통해 의료진이 사용기준을 준수해 처방·투약하고 있는지 용법·용량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성도 갖췄다.
이런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는 식약처에서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에 대한 단속업무를 하는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한다. 식약처 수사 전담부서인 위해사법중앙조사단에서 특사경 제도를 통해 거두는 수사성과는 매해 300건이 넘는다.
아쉬운 점은 식약처의 수사범위를 정한 법률에서 마약류에 대한 수사권한이 빠져 의료용 마약류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되고 있는 정황을 식약처에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확인하더라도 수사가 아닌 탐문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식약처에서 경찰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증거인멸이나 관련자 포섭·회유 등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탐문조사해 검·경에 수사를 의뢰해도 의료용 마약류라는 특수성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2019~2023년 식약처에서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과 관련해 경찰에 의뢰해 수사 결론이 나온 의료기관 143곳 가운데 44%가 무혐의 처분됐다는 질타가 나왔다.
일본의 경우 일본판 식약처인 후생노동성에서 마약단속부 특사경이 마약 및 향정신성물질 등의 위반행위를 수사한다. 의료용 마약류를 포함한 의약품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이 직접 수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식약처의 전문적 수사 필요성을 인정해 지난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수차례 입법 발의, 논의했다. 당시 식약처 소속 공무원에게 의료용 마약류 수사권한을 부여하는 데 대해 이견이 없었지만 같은 수사권을 부여받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권한범위에 대한 견해차가 불거지면서 올 5월 21대 국회 임기만료까지 추가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식약처의 마약류 수사권한을 추가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접수돼 담당 위원회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합리적인 안이 도출돼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해본다.
*본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조선대나 본지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향정신성 의약품인 ADHD 치료제는 증상이 없는 정상인이 복용할 경우 집중력이 좋아지는 효과 대신 흥분이나 환각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청소년들에게 오·남용되고 있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서울 시내 특정 지역에서 입시가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ADHD 치료제 처방 건수는 최근 5년 동안에만 3.3배 늘었다.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주는 향정신성 의약품 등 의료용 마약류에는 ADHD 치료제 외에도 마약성 진통제, 식욕억제제,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이 있다. 의료용 마약류 부작용은 개인에 따라 정도가 판이한 데다 의존성이나 중독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으로 용법과 용량에 엄격한 제한을 둔다.
식약처는 2018년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 의료용 마약류 제조·수입·유통·판매·투약 등 모든 취급내역을 관리하고 있다. 의료진과 투약자에 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 중독이 의심스러운 사람이나 불법 투약 정황 등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 식욕억제제나 진통제, 항불안제 등 의료용 마약류 품목군별 안전사용기준을 통해 의료진이 사용기준을 준수해 처방·투약하고 있는지 용법·용량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성도 갖췄다.
이런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는 식약처에서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에 대한 단속업무를 하는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한다. 식약처 수사 전담부서인 위해사법중앙조사단에서 특사경 제도를 통해 거두는 수사성과는 매해 300건이 넘는다.
아쉬운 점은 식약처의 수사범위를 정한 법률에서 마약류에 대한 수사권한이 빠져 의료용 마약류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되고 있는 정황을 식약처에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확인하더라도 수사가 아닌 탐문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식약처에서 경찰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증거인멸이나 관련자 포섭·회유 등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탐문조사해 검·경에 수사를 의뢰해도 의료용 마약류라는 특수성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2019~2023년 식약처에서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과 관련해 경찰에 의뢰해 수사 결론이 나온 의료기관 143곳 가운데 44%가 무혐의 처분됐다는 질타가 나왔다.
일본의 경우 일본판 식약처인 후생노동성에서 마약단속부 특사경이 마약 및 향정신성물질 등의 위반행위를 수사한다. 의료용 마약류를 포함한 의약품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이 직접 수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식약처의 전문적 수사 필요성을 인정해 지난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수차례 입법 발의, 논의했다. 당시 식약처 소속 공무원에게 의료용 마약류 수사권한을 부여하는 데 대해 이견이 없었지만 같은 수사권을 부여받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권한범위에 대한 견해차가 불거지면서 올 5월 21대 국회 임기만료까지 추가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식약처의 마약류 수사권한을 추가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접수돼 담당 위원회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합리적인 안이 도출돼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해본다.
*본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조선대나 본지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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