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너무 많은 게 걸렸다

[우리가 보는 세상]

심재현 2024.11.27 04:3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선고가 나온 지 26일로 만 하루가 지났다. 서초동(법조계)과 여의도(정치권)에선 여전히 뒷말이 이어진다. 대체로 예상 밖 판결이었다는 평가다. 민주당조차 놀란 표정을 애써 감추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다. "상식 밖의 판결"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위증한 사람은 있지만 위증을 교사한 사람의 고의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금은 난해한 결론 때문이다.

애초에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무죄 선고를 예상한 이가 많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대표 사건을 제외하고 올해 1심 판결이 나온 위증교사 사건 16건 중 무죄 선고는 전무했다. 범위를 2022년 이후로 넓혀도 관련 사건 65건에서 1심 무죄 선고는 1명뿐이었다.

이 대표 사건처럼 위증 혐의를 받는 사람과 위증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사람이 함께 법정에 섰을 때 한 사람만 유죄가 나온 경우는 더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은 위증을 한 사람은 이렇다 할 이득을 못 얻고 위증을 교사한 사람은 이득을 얻는 사례가 대다수라 법원이 위증을 인정할 경우 위증교사범을 더 무겁게 처벌하기 때문이다.

전날 선고를 반기는 쪽이든, 비판하는 쪽이든 "극적인 판결"이라는 말을 좀처럼 부인하지 못하는 이유다.

선고를 내놓기까지 재판부가 고심한 흔적은 판결문 곳곳에서 보인다. '살인교사'의 예가 그렇다. "시킨 사람은 살인범이 A를 죽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B를 죽인 경우 시킨 사람에게 B를 죽인 데 대한 고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상자가 빗나간 살인 사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대표에게 유리한 위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가 예상할 수 있었던 증언이 아니라면 책임을 물 수 없다는 논리다. 이 대표가 서로 짜고 위증하도록 한 공범 관계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 재판부가 구체적인 발언과 사실관계를 따지려고 분투한 족적이 드러난다.

위증은 유죄인데 시킨 사람은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은 고의성을 지나치게 좁고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법원 판결을 매섭게 몰아붙이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날 만난 부장판사 출신 한 법조인은 "재판부가 기교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판결 직후 "서로 죽이고 밟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속뜻이 무엇인지를 떠나, 그리고 누구를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느냐의 문제를 떠나 법원 판결문 하나에 온나라가 떠들썩한 이런 상황이 누구에겐들 달가울 순 없다.

판사의 한마디에 너무 많은 것이 걸려있다. 정치를 사법에 의존하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사법이 정치를 좌우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의 사법화를 넘어 이젠 사법의 정치화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법에 기대려는 경향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해결해서도 안 된다.

사법도, 정치도 이젠 국민에게 돌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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