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탄핵·예산삭감에 檢 비상…"차에 기름 안 넣어주는 꼴"[검찰聽]
조준영
2024.12.02 10:54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차에 기름을 안 넣어주는 것 아닙니까. 업무가 올스톱될 상황입니다." (재경지검 부장검사)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소추와 함께 추진하는 검찰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전액 삭감 예산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검찰에 비상이 걸렸다. "사실상 일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민주당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달 29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시킨 '감액 예산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정부 원안에서 4조1000억원이 삭감된 예산안으로 이 가운데 검찰 특경비 506억9100만원과 특활비 80억9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보고하기로 했다.
검찰에선 두세차례 반복됐던 검사 탄핵소추를 두고도 반발이 크지만 초유의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에 대해선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것이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검사탄핵 때보다 내부 동요가 훨씬 크다고 한다.
특활비 전액 삭감은 기밀성을 요구하는 △마약 △딥페이크 △아동성착취 △보이스피싱 △온라인도박 등 민생침해범죄 수사 중단으로 직결된다는 게 검사들의 하소연이다.
마약범죄 관련 첩보를 수집하기 위해 내부 제보자를 만나거나 보이스피싱 범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가장해 자금을 보내는 데 특활비가 사용된다. 도박사이트를 수사할 때도 실제 돈을 내고 이용하면서 범죄단서를 찾아가야 하는데 이런 수사에 맥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부장검사는 "내후년에 특활비가 복원된다고 해도 올해 수사가 1년 내내 멈추면 정보원이 다 끊기게 된다"며 "이게 하루아침에 복원될 일이 아니고 이걸 복원하려면 또 몇 배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 드는 특경비 역시 전액 삭감될 경우 전반적인 수사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잠복수사 등 외근이 많은 마약수사나 압수수색,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 등 형집행 활동에서 특경비가 쓰인다.
비수도권청의 한 부장검사는 "특경비가 없으면 부장검사들이 적극적인 수사를 지시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사실상 사비로 수사할 수밖에 없는데 누가 그렇게 일하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또다른 부부장검사도 "검찰은 범죄자를 잡는 게 주된 일인데 예산을 다 깎아버리면 일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라며 "결국 더 많은 범죄자가 더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4일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같은달 10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11일 강백신·엄희준 검사에 대한 탄핵청문회 개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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