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고]정상거래와 리베이트, 국세청의 고민은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최진혁
2024.12.29 09:00

리베이트를 제공한 업체에 대한 국세청의 집중적인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리베이트란 본래 고액거래에 따른 위험성에 대한 보상 등의 목적으로 일단 지급받은 거래대가의 일부를 다시 지급자에게 되돌려주는 행위 등을 의미하지만 의료계에선 사실상 '뇌물'의 의미로 통용된다. 즉 제약회사 등이 자사제품 처방유도·거래유지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사·약사 등에게 금전이나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콘도나 골프 회원권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성행돼 왔다.
리베이트 근절대책으로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되면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자와 수수한 자는 모두 처벌대상이 됐다. 구체적으로 수수자와 제공자 모두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별도로 수수자는 수수액에 따라 1년 이내 자격정지, 제공자는 업무정지·허가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리베이트 비용은 결국 약값에 반영돼 국민이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고 나아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처벌을 엄중하게 규정한 현행법의 태도는 지극히 타당하고 앞으로도 유지될 필요가 있다.
다만 규제와 처벌이 강해질수록 이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거래가 증가하는 것은 모든 영역에 걸친 공통적인 모습이고 리베이트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금·상품권을 지급하거나 신혼여행 비용 등 사적경비를 대납하는 경우도 여전하지만 다소 철 지난 방법이다. 리베이트 제공방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고, 거래 관련자들은 더 이상 노골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무에선 정당한 거래대가인지 리베이트인지 구별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들을 마주하곤 한다.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거래구조를 형성하고 그 거래구조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외형만이 아니라 실질에서도 정당한 거래대가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많은 것이다. 리베이트 규제·처벌을 수행하는 행정기관들의 고민은 이런 지점에서 시작된다.
예컨대 제약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지 이미 오래고 전통적인 제약사뿐만 아니라 뜻이 맞는 의사들이 모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의사가 해당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신약을 처방하는 한편 스타트업 주주로 배당금을 수령하는 경우 그 배당금은 과연 신약 처방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갖는 리베이트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국세청이 최근 진행 중인 리베이트 거래 세무조사는 건설사·의약품 업체·보험중개법인 등 다양한 업종이 대상이지만 한편으론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지는 현실과도 관련된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예단을 가지고 상황을 바라보면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다르게 해석하기 마련이다. 거래의 실질을 규명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과거의 경험에 터 잡은 의심 또는 추측만으로 만연히 리베이트를 단정하기보다 변화하는 거래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구체적인 사정을 깊이 고려할 필요가 더욱 커진다. 세금은 형벌이 아니라는 점을 자각하고 어디까지나 납세자가 선택한 법률관계의 범위 안에서 신중하고 공정한 세무조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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