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와 기업가: 누가 회사의 부를 창출하는가

[기고]

정유철 2025.01.13 04:30
주주와 기업가: 누가 회사의 부를 창출하는가

이 질문은 1910년대 디트로이트 한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일간지 사주였던 헨리 포드에게 답은 명확했다. 그에 의하면 주주는 기생충 내지 투기꾼이었을 뿐이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 수용되기는 어렵지만, 자본주의 아이콘인 포드 사진이 소련 공장에서 레닌 옆에 결려 있었다는 이야기보다는 덜 당혹스럽다. 1916년 아들의 결혼식 다음날 포드는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았다. 놀랍게도 소송을 제기한 자들은 오늘날 트럭으로 유명한, 오랜 사업파트너이자 전날 담소를 나눴던 닷지 형제들이었다. 이 소송은 이른바 경영판단의 원칙(the Business Judgement Rule)을 선언한 미국 회사법 사상 가장 중요한 판결 중 하나가 됐다.

1899년 포드는 첫 회사를 설립했다. 주주들은 빠른 생산을 원했으나 포드는 완벽한 디자인을 추구하여 지연되었고, 그 결과 회사는 한 대의 차도 생산하지 못한 채 망해버렸다. 두 번째로 설립한 회사에서는 경주용 차량 디자인에 집중했다. 나름 성과가 있었지만 주주들과 갈등은 지속돼 결국 레이싱카 도안 몇 장을 들고 쫓겨났다. 세 번째로 다시 회사를 설립했다. "다시는 부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라며 시작했으나 그는 가난한 자동차 디자이너에 불과했다. 다만 현금으로 투자를 받는 대신 엔지니어로 유명했던 닷지 형제들에게 엔진과 기어 등의 제조를 맡기고 지분의 일부를 주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갈등은 성공과 함께 자라났다. 닷지 형제들이 회사가 막대한 현금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거부하고 대규모 공장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주주이익에 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 가보자. 우선 법원은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설립·운영되는 존재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이익배당을 명령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법원은 사업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공장건설을 허락했던 것이다. 회사 존재이유를 확인함과 동시에 국가개입의 한계를 제시한 경영판단의 원칙을 제시한 판결이었다.

이제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면 최근 주주 충실의무와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장기적 투자를 위한 배당유보까지 처벌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법개정이 되면 바로 주가가 폭등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있어 의아하다. 법의 개정여부를 불문하고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배당을 유보한 것이 어떻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이 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하며, 단지 법조항을 개정함으로써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면 다른 나라들은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포드가 자본주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가의 집착과 열정이 그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과 결합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회사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인 기업가와 주주의 대립이 있었으나, 회사의 목적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국가의 개입을 거부한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없었다면 10만 명 이상의 직원이 매일 4000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60년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건설에도 영감을 준 포드의 리버 루지 공장은 탄생되지 못했을 것이다.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법학박사 정유철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