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친 내란 특검 논의…尹체포·수사에 영향 줄까
조준영
2025.01.12 15:09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재발의한 '내란특검법'에 그간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내용들이 빠져 특검 출범 가능성이 커졌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검 출범시기와 영장 유효기간이 엇갈려 특검으로 사태를 수습할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주말 동안 인력과 장비 동원 규모 등 구체적인 집행계획을 세우고 역할 분담을 논의했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회가 열리는 주말을 피해 주중 영장집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지지부진하던 특검 논의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여야가 합의해 위헌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달라"는 일종의 중재안을 제시했고, 야권이 재발의한 '제3자 추천 내란특검법'에 대해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중대한 위헌성이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특검법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야당 비토권이 빠졌고, 수사기간과 수사인력도 대폭 축소됐다. 김 대행은 최근 수사권 논란을 고려해 특검 출범 필요에 대한 국회 질의에 "현 상황의 엄정함을 고려했을 때 여러 가지 수사기관의 난립에 의해 (생긴) 문제점들은 하루빨리 신속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수사 초기부터 특검은 수사 관련 여러 논란을 해소할 대책으로 거론돼왔다.
수사·기소권에 제한이 없는 특검이 수사기관들로부터 계엄 관련 사건을 모두 넘겨받을 경우 향후 조사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이 중복수사, 위법수사 등을 이유로 진술을 거부하기가 힘들어진다. 특히 현재 공수처와 검찰이 구속기간 20일 중 10일씩 쪼개 신병을 확보하는 방식 대신 특검이 도입되면 구속기간을 통째로 사용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늦어도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내란특검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최 대행이 특검법에 위헌요소가 없다고 판단해 바로 공포하더라도 △특검·특검보임명 및 수사팀 구성 △수사기록 검토 및 업무분장 등에 준비기간(20일)이 필요해 수사 개시는 다음달이나 돼서야 가능하다.
물론 일반특검은 준비기간에도 필요한 경우 수사가 가능하지만, 150명이 넘는 역대급 인력 구성에만 상당시간이 걸려 미리 특검을 가동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 여당지도부가 재발의된 내란특검법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최 대행이 '여야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어 출범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

체포영장 집행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있는 공수처가 특검 출범 때까지 영장집행을 멈추고 사건을 특검에 넘기는 일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2차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이달말 설 연휴 전까지로 알려졌다. 최근 박종준 경호처장이 사임하는 등 경호처 지휘부에 균열이 시작됐고, 경호처 내부게시판에 영장집행 저지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지난 3일 '인간방패' 전술로 영장집행을 막아선 경호처가 흔들리고 있어 조만간 영장이 집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의 구속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도 마무리 수순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구속한 이어 오는 14일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본부장 기소할 계획이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피의자들이 모두 재판에 넘겨졌는데 특검 출범을 앞뒀다는 이유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 수사만 미룰 수도 없다.
체포영장이 집행되면 이후 사법절차는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10일간 공수처 조사, 다시 10일간 검찰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이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는 순이다. 검찰이 핵심 혐의인 내란 혐의로 윤 대통령을 기소하면 이후 특검이 출범하더라도 사실상 할 일이 없게 된다. 비상계엄 사태 관련 주변 의혹만 수사하다 빈손으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만약 특검이 출범할 때까지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 또는 구속영장 발부에 실패하고, 검찰 기소도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만 특검이 윤 대통령을 수사해 기소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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