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판사실만 의도적 파손, 알고 온 듯"…대법 형사처벌·손배청구

"법치주의 부정한 심각한 중범죄" 이례적 입장문 발표
피해액 6억~7억원…영장판사 방만 의도적 파손 확인

심재현, 박다영, 정진솔 2025.01.21 08:20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법원이 20일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가담자 전원에 대해 형사처벌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폭력을 사용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부정한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재발 가능성을 철저하게 끊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회의 이후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자 사법부의 기능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시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법관 개인, 법원 재판에 대한 테러 행위 시도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일 뿐 아니라 사법부, 국회, 정부 등 모든 헌법기관 자체에 대한 부정행위일 수 있어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대법관 회의 내용을 전했다. 또 "'불법 난입· 폭력에 대해선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체 헌법 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이 한목소리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도 있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천 처장의 국회 발언 이후 "천 처장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대법원과 한목소리를 냈다.



법원 당직근무자 옥상 대피…경찰 중상자 7명 포함 51명 부상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시설물 피해액은 6억~7억원으로 파악됐다. 법원 직원들이 겪는 심리적 피해나 법원 업무 차질에 따른 사법행정상 손실은 제외된 액수다. 천 처장은 "정신적인 충격 등을 뺀 시설의 물적 피해는 현재 6억~7억원 정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벽 마감재·유리창·셔터·당직실·CCTV(폐쇄회로TV) 저장장치·출입통제시스템·컴퓨터 모니터·책상 집기·조형 미술작품 등이 대거 파손됐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서울서부지법에 불법 난입한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 청사 7층까지 올라가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니면서 집기를 부쉈다. 천 처장은 "7층 판사실 중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되고 그 안에 들어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선 이런 부분에 대해 알고 오지 않았나 추측한다"고 밝혔다.

난동 사태로 다친 서울서부지법 관계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당시 상황을 겪은 야간 당직 직원 25명가량은 1층에서 음료수 자판기 등으로 문을 막고 대응하다 현관이 뚫리자 일부 방화벽을 작동시키고 옥상으로 대피해 1시간가량 대기하는 등 정신적 트라우마가 큰 상황으로 법원행정처는 파악했다.



난동 가담자 많게는 수천만원씩 배상 가능성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질의하는 동안 당시 뉴스영상이 모니터에 송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은 난동 가담자 전원에 대해 형사상 책임 외에 민사상 손해배상도 묻기로 했다. 천 처장은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피해액 전액을 가담자 전원에게 손해배상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사태 가담자에 대해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방안이 거론된다. 가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 전부에 대해 연대책임을 물리는 방식이다. 기물 수리비와 원상복구비뿐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이 완전 정상화하기까지 기능 저하 등으로 발생한 손실을 손해배상액에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 청사에 침입한 가담자는 혐의 경중에 따라 1명당 많게는 수천만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천 처장은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강압으로 볼만한 불법적인 폭력"이라며 "(난동 가담자들의 행위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여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대법관 회의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법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천 처장은 "영장 재판 하나가 모든 재판 전체를 결정하는 것처럼 중차대한 부담을 영장전담판사 개인에게 지우고 일반에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사법시스템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