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은 거짓말 못한다"는 수방사 경비단장 "의원 끌어내란 지시 받았다"
(종합)
한지연, 정진솔
2025.02.13 18:26

조 단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일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누군가를 체포하란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 상관 이 전 사령관 증언과 배치된다. 조 단장은 청구인인 국회 측이나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이 아니라 헌재가 직권으로 채택한 증인이다.
조 단장은 계엄 선포 당시 이 전 사령관이 국회로 출동하라며 공포탄과 삼단 진압봉을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국회로 가야 하는 이유나 구체적인 임무는 밝히지 않은 채 출동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조 단장은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고지하고 알려준 다음에 출동하는데 이번처럼 임무가 부여 안된 상황에서 갑자기 이동하는 것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일선 군인들에게 충분한 설명없이 우선 출동 지시를 내렸다는 취지다.
국회에 도착해서는 이 전사령관으로부터 "국회를 봉쇄하고 출입을 통제하라는 지시, 본청 내부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조 단장은 증언했다. 정형식 재판관이 "정확한 워딩이냐"고 재차 묻자 조 단장은 "맞다. '내부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분명히 답했다. 다만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일뿐, 윗선인 윤 대통령이나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부터 내려온 것이란 얘긴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조 단장은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판단내렸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당시 당황했고 지시를 잘 이해 못 했다. 오히려 저희가 보호해야 할 시민들이 저희를 막는걸 보며 상당히 의아한 상황이었다"며 "이 전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니 특전사령관과 통화해 재검토해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조 단장은 현장을 지켜본 후 이번 임무가 목적이 불분명해 지시를 따르기 힘들단 판단을 자체적으로 내렸다고 증언했다. 조 단장은 계엄 당일 부하 대령에게 민간인을 피해 다른 곳으로 피해있으라고 지시하고 국회를 향해 출발하는 후속부대에게도 서강대교를 넘지말고 기다리라고 지시했다. 조 단장은 "상황이 이례적이었고 임무의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생각했다"며 "국회를 통제하는 문제에 더해 또 의원을 끌어내라는 과업까지, 그걸들은 군인 누구도 정상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 또한 후속부대가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조 단장에게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받은 지시가 불법이라 이행하지 않은것처럼 조 단장이 의인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조 단장은 "저는 위인이 아니다. 1경비단장으로 지휘관"이라며 "아무리 거짓말해도 제 부하들은 다 안다. 일체 거짓말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저는 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그때 했던 역할을 진술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조 단장에 앞서 이날 증인 신문을 진행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당일 군인들이 출동하니 경찰들은 관련해서 국회 외곽 봉쇄를 도와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국회 봉쇄와 정치인 체포 관련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오전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태용 국정원장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비상 계엄 선포 당일 작성한 정치인 체포 명단에 대해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지난 화요일 (메모 작성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는데 뼈대가 사실과 다르다"며 "홍 전 차장 메모와 관련한 증언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오는 1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을 연다. 당초 13일까지만 변론기일을 지정해뒀다가 기일을 추가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를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다시 신청하는 등 헌재의 탄핵심판 진행 방식이 일방적이라고 항의했다. 윤 대통령 측은 건강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조지호 경찰청장을 구인(신문을 위해 증인을 일정한 장소로 데려가는 강제 처분)하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헌재는 오는 14일 재판관 논의를 거쳐 추가 증인 채택 여부와 향후 일정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추가 증인이 채택되면 18일 이후로도 한 두 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될 수 있다. 당초 다음달 초로 예상됐던 탄핵심판 선고도 다음달 중순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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