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탄핵, 쌓여가는 공판에 격세지감…"특수부에 누가 갑니까"
[조준영의 검찰聽]
조준영
2025.03.18 05:10

"검사 개인 입장에서 아무런 발전이 없잖아요."
검사들 사이 특수부(현 반부패부)가 일종의 기피부서가 된 이유에 대해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가 한 말이다. 올해 초 평검사 인사가 단행됐는데 서울중앙지검 전입검사 희망부서 중 특수부가 최하위권이었다고 한다. 벌써 몇 년째 이어지는 현상이다.
과거 재벌, 정치인들을 수사하는 검찰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특수부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이후 위상이 계속 떨어졌다. 첩보 기능이 제한되면서 직접·인지수사 통로가 크게 좁아진 탓이다. 이 밖에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굳어지면서 재벌 등의 사건을 맡는 것 자체가 검사 개인의 경력에 독이 됐다고 한다.
최근 검사들이 연이어 탄핵소추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과거 상징적으로 검찰수사에 대한 반대의 표시로 검찰총장 탄핵이 추진된 적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부장검사나 평검사 등 일선 검사들이 탄핵소추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 내에서 "그냥 수사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수부 검사들의 공판 부담도 지나치게 크다고 한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선 '반수반공'(절반수사 절반공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수사검사들이 직접 공소유지에 나서는 '직관' 사건이 많다. 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1년 특수부 사건 공소유지를 맡는 공판5부가 신설됐지만 대장동 개발비리 등 정치사건이 폭발적으로 늘고 재판지연이 장기화하면서 특수부 검사들도 매주 1~2차례 공판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일주일에 한 번 공판을 나가면 증인신문 전략을 세우고 변호인 의견서를 보는 등 무조건 해당 공판을 준비하는 데 하루를 다 쓸 수 밖에 없다"며 "공판을 두 번만 들어가도 수사를 사실상 못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수부가 공판전담부로 전락했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공공연히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수부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재경지검의 또 다른 부장검사는 "정치수사를 몇 년째 하고 있다보니 지금 특수부에 들어가면 앞선 사람들이 했던 사건들을 공소유지 해야한다. 검사들의 지원동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검사들은 신건을 처리하며 경험을 쌓기를 원하는데 (특수부에 가면) 아무런 발전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들이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기업 부당지원·담합사건이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 등을 지원하는 검사들이 많아졌다. 전문성을 쌓을 수 있고 퇴직 후 로펌행에도 유리하다는 점에서다.
일부 고참검사들은 특수 사건을 맡길 검사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수사부터 수사팀을 대규모로 꾸리는 문화가 자리잡은 탓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점점 특수부에서 사건인지부터 기소까지 사건 전체를 경험해 본 검사들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수사팀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딱 그 부분만 열심히 팔 뿐 사건 전체를 보는 눈은 약해진 것 같다. 수사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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