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적장애인 피해 사건 절반이 불송치·장기미제…해결책 없나
양윤우
2025.04.23 15:43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경찰에 접수·고발한 장애인 관련 범죄는 총 245건으로, 이 중 129건(53%)만 검찰에 송치됐다. 50건(20%)은 불송치 됐으며, 나머지 사건들은 피의자 조사 불가나 피해자의 취하 등으로 인해 수사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 학대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기관 소속 상담원들은 1차적으로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사실을 정리하고 보호조치를 한다. 이후 피해자를 대리해 사건을 고소·고발한다. 피해자들은 기관 소속 변호사의 법률 자문도 받는다. 즉, 기관은 기본적으로 수사 타당성이 있는 사건을 접수한다.
그럼에도 상당수 사건이 불송치되거나 미제로 남는 가장 큰 이유는 수사의 난이도다. 담당 수사관과 피해자들이 사이 기본적 소통이 어렵고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일이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 하기 때문에 수사의 기초인 사실관계 파악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주변인 진술 등 간접 증거 확보에 나서지만 폐쇄적 환경에서 벌어진 범죄 특성상 이 같은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최근 의정부지검이 지적장애 부부와 딸에게서 수년간 1억여원을 가로챈 50대 여성을 기소하기 전 사건을 1년 넘게 집중 보완수사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건 맞지만 피해자를 위해 썼다'고 주장하자, 검찰은 피고인의 금융거래 내역과 범의(범죄 행위임을 알고서도 그 행위를 하려는 의사) 입증을 위한 증거 확보에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의 경우 검찰과 경찰이 잘 협력하고 강한 수사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되지만 검찰과 경찰 사이 사건이 오가는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이나 검사가 교체돼 원점에서 재검토되거나 장기간 미제로 방치되는 사례도 많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 때문에 수사가 장기화한다는 말도 나온다.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김예원 변호사는 "일선 경찰관들의 사건 부담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수사권 조정으로 심층 수사보다는 불송치로 종결해버릴 위험이 커졌다"며 "6개월이면 끝낼 사건이 기본적으로 2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2022년 9월 이후 고발인이 경찰 불송치 결정에 재수사를 요청할 방법이 없어졌다. 김 변호사는 "불송치 결정이 났을 때 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 실무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인은 "책임 수사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사건 배당 단계에서부터 담당 수사관과 담당 검사가 일정 기간 이상 한 사건을 일관성 있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수사권 조정 이후 '이 사건은 내 것'이라는 인식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법조인은 "지적장애인 대상 범죄는 피해자 진술이 쉽지 않고, 반복 및 장기 피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아동학대 사건과 유사하다. 이에 아동학대 사건처럼 경찰이 불송치 결정 없이 검찰에 전건 송치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며 "1차 수사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피해 장애인을 보호하고 사법 처리의 누락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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