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시급한 숲 복원
이학렬
2025.04.28 05:40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나무를 심어야 한다. 나무 뿌리는 풀 뿌리와 함께 흙을 고정시켜 흙이 쉽게 무너지지 않게 도와준다. 나무 자체가 내리는 비의 일부를 머금고 있기 때문에 지표면에 흐르는 물의 양을 줄여준다. 숲을 '산의 안전벨트'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미 정부는 나섰다. 정부는 12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했다. 여기엔 신속한 산불 피해 복구 지원에 쓰이는 1조4000억원도 포함돼 있다. 국회도 서두를 때다. 기업과 국민들도 숲 복원에 팔을 걷었다.
#사회라는 숲 복원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산층이 두텁고, 보통 사람들이 든든해야 사회도 건강하다. 하지만 그런 범인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회에서 이탈한다. 가장 안타까운 건 '자살'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4588명(잠정치)으로 전년(1만3978명)보다 600명 가량 증가했다. 올해도 1월에만 1053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정신적으로 힘들어서이나 경제적 이유도 적지 않다. 특히 40·50대는 정신적인 문제보다 경제적인 문제로 자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자살 사망자가 △2009년 1만5412명 △2010년 1만5566명 △2011년 1만5906명에 가장 많았는데 2008년 금융위기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도 자살 사망자가 20세기 중 가장 많았다. 최근 경제가 어렵다. 1분기 성장률은 -0.2%로 역성장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이 늘어날까 우려된다.
개인 파산과 개인 회생은 경제적 '죽음'이다. 최근 들어 증가세다.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파산 접수건수는 4만104건에 이르고 올해도 3월까지 9239명이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개인회생(회생단독 제외)은 연간 10만명 이상이 신청하는데 지난해에는 12만9498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3월까지도 3만524명이 개인회생을 신청, 지난해보다 속도가 빠르다.
사회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업 파산과 기업 회생도 적지 않다. 지난해 파산신청 법인은 1940곳에 이른다. 회생신청한 법인도 1094곳(회생합의 기준)에 달했다. 올해도 3월까지 파산신청 법인은 453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9곳보다 많다. 회생신청도 295곳으로 지난해 233곳보다 60곳 이상 늘었다. 여기엔 3월4일 오전 0시3분에 회생신청을 한 홈플러스도 포함돼 있다. 회사가 사라지면 근무했던 직원은 물론 딸린 식구까지 어려워진다. 국내 대형마트 빅3 중 하나인 홈플러스는 채용 직원수가 1만9500여명에 이른다. 당시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영향을 고려해 신청한 지 11시간만에 개시 결정을 내렸다.
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한 개인이나 기업은 모두 한때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었다. 다시 기회를 주면 얼마든지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만난 정준영 서울회생법원장도 회생제도의 목표는 기업과 개인의 사회 복귀라고 했다. 한번 실패했다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건 낭비다. 작은 관심은 그들의 사회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작은 도움은 이들이 사회에 큰 보탬이 되는 '나무'로 되돌릴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쓰는 비용에 비하면 한참 적은 지원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 사회는 혼란스럽다. 최악의 산불과 경제 위기는 엎친데 덥친 격이다. 하지만 위기때 대한민국은 강했다. 힘을 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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