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방첩사에서 체포조 지원 요청했다"…계엄날 윤승영에 보고
이혜수
2025.05.21 16:38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과 윤 전 조정관 등 경찰 지휘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8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 전 계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박창균 영등포경찰서 형사1과장에게 전화해 "국군방첩사령부에서 국회로 체포조 2개팀 정도 올 건데 그걸 인솔하고 같이 움직일 형사가 5명 필요하니 명단을 지금 바로 짜 달라"고 요청한 적 있다고 했다.
이 전 계장은 이 같은 통화에 앞서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에게 경찰 100명, 호송차 20대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이 전 계장은 윤 전 조정관에게 전화해 "방첩사에서 국회로 체포조가 오는데 국수본에서 지원을 해달라, 국수본에 인력이 없으니 영등포(경찰서)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계장은 윤 전 조정관이 12월4일 오전 12시1분쯤 자신에게 전화로 "'(조지호) 청장님(께) 보고드렸다. (영등포서 형사) 명단 보내줘라. 사복으로, 형사 조끼 입지 말고 보내라'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 전 계장은 지난달 29일 7차 공판 당시 증언과 마찬가지로 '방첩사가 누구를 체포하러 간다고 생각했나' 묻는 검사 질문에 "국회에 출동하니 국회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면 국회의원이 포함됐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날 법정에선 12월4일 오전 12시2분쯤 이 전 계장이 박 과장과 나눈 통화 내용이 재생되기도 했다. 박 과장이 이 전 계장에게 "뭐를 체포하는 거냐" 묻자 이 전 계장은 "국회 가면 누굴 체포하겠냐"고 답했다. 이에 박 과장이 한숨을 내쉬자 이 전 계장은 "일이 크다. 넌 왜 이럴 때 영등포(서)에 와 있냐"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 가면 누굴 체포하겠냐'고 말한 이유는 국회의원이 체포 대상이란 걸 우회적으로 알려준 것 아니냐는 검찰 측 질문에 이 전 계장은 아니라며 부정했다.
'일이 크다'고 표현한 이유를 묻자 이 전 계장은 "수십 년 만에 대통령이 계엄 선포하고 방첩사에서 국회로 체포까지 하러 간다고 하니 나라에 큰일이 터졌구나 했다"고만 답했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일이 크다'고 표현한 것 아니냐는 검찰 측 질문에도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한편 재판장인 지 부장판사는 이날 자신의 '술 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 앞서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데에서 접대받는 건 생각해본 적 없다. 무엇보다 그런 시대 자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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