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 2개월 만 서울중앙지검장·4차장 돌연 사의…도대체 왜, 지금?

조준영 2025.05.21 16:56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하기 위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이 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검사의 탄핵소추안을 만창일치로 기각했다. 이는 98일 만의 결정이다. /사진=뉴스1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탄핵소추가 기각된 지 2개월 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상 이유는 '건강'이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여러 얘기가 오간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 특수수사를 지휘한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전날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아직 사의가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이날 정상 출근해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 중이다.

이 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한 이유에 대해 탄핵소추 이후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겪어 건강상태가 안 좋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김 여사의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분하는 과정에서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5일 탄핵소추됐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98일 만인 지난 3월13일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다른 이유를 꼽는다. 검찰 관계자들의 중론은 사의 표명이 최근 서울고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재수사 결정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이다. 조 차장은 전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탄핵심판에서 무고함이 밝혀졌다. (현안 수사가) 어느 정도 안착했다고 생각해 (사직을) 결정했다"면서도 도이치 재수사가 사의에 영향을 줬냐는 질문엔 "노코멘트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검은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처분한 해당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 추가조사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재수사팀은 주가조작 사건 초기 수사팀과 회의를 가져 당시 수사상황을 공유받고 평검사 2명을 파견받아 본격적인 사실관계 재확인에 나선 상태다.

이 지검장은 이 같은 서울고검 재수사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불기소 처분 당시) 총장 등 대검 지휘부도 사전에 다 보고를 받았으면서 이제 와 이럴 수 있느냐며 이 지검장이 화를 많이 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사의 표명이 정치적 이유로 해석되는 것에 경계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탄핵심판 기각으로 부당한 탄핵이었다는 점은 확인됐고 자신이 결론을 낸 수사의 정당함을 강조하기 위해 대선 전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 이후에 사의를 표할 경우 외부에선 정치적인 이유로 나간다고만 생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울고검장을 지낸 김후곤 법무법인 로벡스 대표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사의표명은 검사들에 대한 무리한 줄탄핵과 기각이후 예상됐던 길인데 등에 대고 총질은 그만하면 좋겠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치욕을 견딜 사람은 견디고 떠날 사람은 떠나는 것이다. 곧 검찰의 '일상다반사'가 될 것 같아 마음이 쓸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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