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 돈 하창우…존재감 알린 대한변협

[the L리포트] 전관예우·사시존치 등 적극적 목소리…안팎으로 갈등 겪기도

황재하 기자 2016.02.07 10:00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 /사진=뉴스1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임기가 반환점을 눈앞에 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전 집행부와 달리 법조계 현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알렸지만, 그 결과 안팎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하 협회장은 오는 23일 취임 1주년을 맞으며 협회장 임기 2년 중 절반을 채우게 된다. 하 협회장은 △전관예우 타파 △사법부 개혁 △사법시험 존치 △검사평가제 도입 등을 기치로 내걸고 취임해 관련 입법을 청원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차한성 전 대법관 변호사 개업 반대해 반향…비판적 시각도

2014년 3월 퇴임한 차한성 전 대법관(61·7기)은 영남대 석좌교수를 거쳐 이듬해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개업 신고서를 냈다. 부임 초부터 퇴임한 대법관들이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을 반대해온 하 협회장은 차 전 대법관의 개업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개업 신고서를 돌려보냈다.

대한변협은 당시 성명에서 "대법관을 지낸 이들이 변호사로 개업해 최고 명예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퇴임한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사건과 관련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높은 수임료를 받는다는 '전관예우' 의혹은 과거부터 끊이지 않았다. 전관예우 문제는 법원과 검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이같은 대한변협의 행보가 절차적으로 근거가 없고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개업신고 의무에 대해 '변호사가 개업하거나 법률사무소를 이전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소속 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협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한변협이 개업 신고를 반려할 권한이 있다고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차 전 대법관이 서울변회를 거쳐 대한변협에 개업신고서를 제출한 시점에 이미 개업신고가 완료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법무부는 당시 "대한변협은 형식적 흠결 없는 신고서를 아무 이유 없이 반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차 전 대법관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공익활동을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법인 '동천'에서 활동하기로 내정돼 있었다. 동천은 공익소송과 인권단체에 대한 무료 법률자문을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여하는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조인 단체인 대한변협이 절차적 근거도 없이 개업신고를 반려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공익법인에서 활동하기 위한 변호사 개업까지 막는 것은 전관예우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변호사 개업은 곧 전관예우'라는 인식만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평가제'로 검찰과도 불편한 관계…객관성 의문도

검사 평가제는 하 협회장이 내놓은 야심작이다. 하 협회장은 서울변회장 시절 법관 평가제를 도입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검사 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취임 전부터 강조했다.

대한변협은 하 협회장 취임 11개월 만인 지난달 검사 평가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제출한 1079개의 평가표를 토대로 검사들의 수사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수사를 받는 피의자를 모욕하거나 책상을 책으로 내려치는 등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례, 변호사의 메모를 금지하는 등 법적인 절차를 무시하는 사례가 드러났다.

2005년 이후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00명이 넘는 등 강압수사가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검사 평가제는 검찰의 수사권을 견제할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진보적 성향의 변호사 단체로 꼽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힘의 불균형을 견제하고 투명한 직무 처리를 통해 검찰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검사 평가제는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검사 평가제의 객관성·공정성을 둘러싼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형사사건에서 검사와 반대편에 서야 하는 변호사가 상대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는 사실상 당사자로서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실제 형사사건을 주로 선임하는 변호사들은 구속·기소 여부나 유죄가 인정되는 비율이 실적으로 직결된다.

특히 대한변협이 선정한 우수 검사 10명 중 1명이 외부 인사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며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지난해 12월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앞에서 열린 '한국법조인협회 법조화합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의 퇴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법시험 존치 둘러싸고 안팎으로 내홍

이 밖에도 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사시 존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하 회장은 "희망의 사다리가 필요하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특히 하 협회장은 지난해 사시 존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청와대와 국회, 언론을 대상으로 어떤 활동을 벌일지 계획한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TF 활동이 언론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는 하 협회장에게 TF 활동과 관련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압력을 가했다며 지난해 12월 하 협회장을 업무방해죄로 고발했다.

비슷한 시기 대한변협은 같은 문제 때문에 로스쿨 학생들과 갈등을 겪었다. 법무부가 2017년으로 예정된 사시 페지를 4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자 비난의 화살 중 일부는 대한변협으로 향했다.

로스쿨 학생들도 지난해 12월 대한변협이 입주한 서울 역삼동 건물 앞으로 몰려가 '하창우 회장 퇴진' '변협, 사시 존치 시도 중단' 등을 외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특허변회' 설립…변리사 업계와도 갈등

하 협회장 취임 이후 대한변협과 변리사 업계 사이 해묵은 갈등은 더욱 골이 깊어졌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변호사들에게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부여하도록 규정한 변리사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는 변호사들도 실무연수를 거쳐야만 변리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한변협은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쳐 대한특허변호사회를 구성하고 "변호사가 아닌 변리사들은 분쟁을 처리할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고 소송을 대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변리사법 개정에 따라 실무수습 방향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기존에 운영되던 변리사 실무수습을 무력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변리사는 "이미 운영되던 실무수습이 있는데도 갑자기 방향을 마련한다는 것은 변호사들의 편의에 맞춰 실무수습을 간소화하거나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바꾸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대한변리사회는 특허변회 출범에 대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는 특혜를 받는 우리나라 변호사들이 '전문성'을 위장하는 '포장술'까지 선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특허청에 등록한 변리사 8176명 중 4774명이 변호사지만 변리사회에 가입해 업무를 하는 사람은 397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변리사회는 "특허변회가 회원이라고 밝힌 '변리사 자격을 갖춘 변호사'의 절대 다수는 '자동변리사'이며 아무런 전문성 검증도 거치지 않고 변리사로 등록한 '무늬만 변리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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