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희·이은해·고유정에겐 '스윗'한 법원·검찰·경찰[우보세]

[우리가 보는 세상]

유동주 2022.04.26 05:00
마약투약 혐의를 받는 그룹 아이콘(iKON)의 전 멤버 비아이(24·김한빈) 관련 공익제보자 한서희씨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에 응하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6.23/뉴스1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은해는 조현수와 달리 포승줄로 묶이지 않아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있다. (공동취재) 2022.4.19/뉴스1
(제주=뉴스1) 이석형 기자 =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9.6.12/뉴스1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치고 포승줄에 묶여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가에 수백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2017.8.7/뉴스1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가 연루된 이른바 '보복협박' 사건에서 한서희는 중요한 증인이다. 한서희는 양현석 전 대표에게 보복협박을 당했다고 직접 '공익신고'한 '피해 당사자'다. 한서희는 지난 18일과 25일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양현석 피고인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받았다.

법정에는 한서희 요청으로 차폐막이 설치됐다. 한서희는 '심리 안정'을 위해서라며 아예 '비공개'재판을 요청했다. 취재기자들이 방청석에서 보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비공개는 허가하지 않았지만 차폐막을 설치해 방청석에서 한서희를 보지 못하게 조치했다.

증인이 증언을 할 때, 차폐막을 요청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피고인을 두려워해서다. 피고인의 '범행'에 관한 진술을 겁먹지 말고 편하게 하라는 취지에서 피고인석과 증인석 사이에 설치하는 게 차폐막의 주된 용도다.

물론 증인의 신변보호를 위해 아예 '가명'을 쓰면서 얼굴이 노출되지 않도록 차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증인이 국가정보원 등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되는 직업이거나 증인보호를 위해 신변을 꼭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정된다.

한서희는 이미 얼굴이나 신원이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다. 국정원 요원도 아니다. 직접 YG관련 마약수사 무마 의혹사건을 공익신고했다고 자신의 공개 SNS에 알리기도 했다.

그런 한서희를 위해 차폐막을 설치해 방청석에서 한서희를 볼 수 없게 한 조치는 과하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호소하며 '비공개 재판'을 신청했던 그는 자신이 마약투약 혐의 피고인으로 재판받고 있는 수원법원에선 차폐막 설치를 요구하진 않는다. 자신이 피고인석에 앉는 수원법원 재판에선 취재기자 등 방청객들이 자신의 재판을 방청하는 걸 막을 수 없지만, 증인석에 앉는 서울법원 재판에서 방청석을 비우란 요구를 했다.

헌법상 '공개'재판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한다.

소위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출석할 당시, 수갑만 차고 포승줄에 묶이지 않았다. 반면 공범 조현수는 수갑은 물론이고 포승줄에 묶였다.

법무부 훈령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여성·노인·장애인' 등에 대해선 '보호장비(포승 등)'를 '완화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다. 덕분에 여성인 이은해는 자유로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취재진에게 얼굴을 숨길 수 있었다.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받던 고유정은 검거된 이후 재판을 받는 약 1년 반의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얼굴이 언론 등에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항상 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경찰서·검찰청사·구치소·법원을 오갔다. 경찰과 법무부는 그걸 허용해줬다. 제주경찰청 신상공개심의위원회에서 법령에 의해 '흉악범'인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하지만 실제론 얼굴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 후 유일하게 공개된 얼굴 사진은 고유정 얼굴공개를 제대로 안 했다고 비난을 받던 경찰에 의해 몰래 찍혀 지역 언론에 배포된 단 한 장 뿐이다.

우리 수사·사법기관들은 왜 한서희·이은해·고유정에겐 그렇게 '스윗'할까.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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