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술자리 진술 조작 회유' 법정 진술, 거짓이어도 처벌 못한다

[양윤우의 법정블루스]

양윤우 2024.04.22 16:55
'4.27 재·보궐선거' 강원도지사 민주당 후보자 스케치 민주당 강원도지사 최문순, 이화영, 조일현 후보가 27일 오후 강원 강릉 단오문화관에서 열린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유동일 기자 eddie@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쌍방울 대북 송금 혐의 재판 선고를 앞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술판 진술 조작 회유'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선고를 앞두고 수사팀을 흠집 내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피고인 신분에서 하는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더라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지난 4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혐의가 유죄가 인정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공범으로 추가 기소될 전망이었다. 이 전 부지사가 지난해 5~6월 쌍방울에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하고 이를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지사가 결심공판 피고인 신문에서 "수원지검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 쌍방울 관계자가 가져온 연어회 등을 먹고 소주를 마시며 검찰로부터 진술 조작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첫 진술 이후 술자리 유무에 대한 이 전 부지사와 검찰의 공방이 이어졌다. 이 전 부지사는 날짜에 대해 지난해 6월 말부터 7월 초순쯤이라고 했다가 7월3일 오후로 추정된다며 의혹 시점을 특정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7월3일 출정 기록과 호송기록 사본을 공개했다. 기록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이날 오후 4시쯤 검사실로 올라간 뒤 약 한 시간 반 뒤 구치소에 복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술을 마셨다고 지목한 시점에 그는 이미 검사실을 떠났던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음주 사실을 번복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일 법정에서 "1313호 검사실 앞 창고(1315호)라고 문패가 쓰여 있는 곳에서 (쌍방울 관계자가 건네준) 술을 직접 마셨다"고 말했지만 이 전 부지사의 법률대리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지난 18일 한 유튜브에 출연해 "(이 전 부지사가) 마시려고 입을 댔더니, 술이어서 본인은 안 드셨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호송기록 사본/사진제공=수원지검

이 전 부지사가 증언을 번복했지만 그간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져도 이 전 부지사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법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이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한다"고 선서한 증인일 경우에만 해당된다.

피고인 신분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거나 일체의 진술을 거부해도 특별한 문제는 없다. 이 전 부지사는 피고인 신분으로 '술판 진술 조작 회유' 주장을 펼쳤다. 방어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허용된다. 헌법 제12조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와 진술거부권 등 일정한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

대법원도 2001년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은 방어권에 기해 진술을 거부하거나 거짓 진술을 할 수 있으며 피고인이 재판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것을 인격적 비난 요소로 봐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 돼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가 수사받는 단계에서 증거를 조작하는 경우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말한 거짓 증언에 대해서 위계공무집행방해죄 혐의가 인정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며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피고인의 자백을 강요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의 경우 '수사 절차가 위법했다'고 주장할 경우 이재명 대표의 처벌 가능성을 낮춰주고 유죄 판결이 선고돼도 시비를 걸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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