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 판례氏] 실수로 다른 사람 계좌에 잘못 송금한 돈…계좌주인이 사용하면 범죄

내 계좌로 잘못 입금된 돈, 계좌주인이 송금인 위해 보관해줄 의무 있어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06.29 09:43


계좌 이체를 하다 보면 번호를 잘못 누르고, 수취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나치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송금하게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다른 사람의 돈을 이체 받은 계좌 주인은 그 돈에 대해 어떤 권리나 의무가 발생하게 되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와 관련해 계좌 이체를 받은 수취인에게 실수로 송금된 돈은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고, 돌려줄 때까지 그 돈을 보관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2010도891)가 있다.


2008년 6월 A씨 명의의 홍콩 X은행 계좌에 300만 홍콩달러(한화 약 3억 9000만원 상당)가 송금됐다. 거액의 돈이 자기 계좌로 송금된 사실을 안 A씨는 돈을 인출해 사용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돈은 Y주식회사 직원 B씨가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A씨의 계좌로 이체한 돈이었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실수로 자신에게 잘못 넘어온 Y주식회사의 돈을 함부로 사용한 것은 다른 사람의 재물을 횡령한 것이라며 기소했다.

 

원심은 "A씨와 Y주식회사 사이에 그동안 아무런 거래관계가 없었다"며 "A씨에게 Y주식회사의 돈을 보관해야 할 의무가 없는데도 A씨를 횡령죄로 볼 수는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입장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에게 횡령을 인정하며 유죄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씨가 송금 절차의 착오로 인해 A씨 명의의 은행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를 유죄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돼 입금된 경우에는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라며, "이는 송금인 B씨와 예금주 A씨 사이에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결국 타인의 실수로 자신의 계좌에 우연히 이체된 돈을 Y주식회사에 돌려줘야 함에도 본인이 사용한 A씨는 형사 처벌을 받았다.

 

 

◇ 판결 팁 = 다른 사람이 잘못 송금해 내 계좌로 들어온 돈도 원칙적으로 예금주(계좌 주인)의 돈이 된다. 따라서 예금주는 계좌를 개설한 그 은행에 대해 예금액에 대한 채권을 취득하게 된다. 다만 법적으로는 잘못 계좌이체를 한 돈의 원래 주인과 예금주 사이에 법률관계에 기반해 계좌이체를 한 것이 아니므로, 원인 없는 돈을 취득한 예금주는 돈의 원래 주인에게 이체 된 금액을 반환해야 할 의무(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예금주는 돈의 주인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할 돈을 돌려주기 전까지 안전하게 돈을 보관하고 있을 의무가 있고, 만약 함부로 인출해서 사용한다면 형사상 횡령죄가 된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입장이다.

 

◇ 관련 조항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

①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② 매장물을 횡령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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