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바나나보트 사망사고'…"여행사도 책임져야"

법 전문가들 "자유시간 호텔 옵션 상품여부 관계없이 여행사도 안전배려의무 위반책임"

송민경 (변호사), 유동주 기자 2016.07.26 17:43

바나나보트 행사 모습(기사와 관련 없음)/사진=뉴스1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은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1월 겨울 한 가족이 국내 대형 여행사 하나투어를 통해 3박 5일의 여행상품으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즐겁기만 해야 할 여행이었지만 인도네시아 빈탄섬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바나나보트를 즐기다가 사고를 당해서 아들은 사망하고 딸은 중상을 입었다.


아들과 딸은 현지에서 자유 일정에 따라 리조트에서 바나나보트를 타기로 했다. 그 후 보트 운전자가 급가속을 하던 중 운전 미숙으로 방향을 잃은 보트가 그대로 두 자녀에게 돌진했다. 김씨의 아들은 현지에서 목숨을 잃었고 딸은 중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후 현지 경찰조사 결과, 보트를 몰던 운전자는 심지어 면허조차 없던 인도네시아 미성년자였다는 점이 밝혀졌다.


휴가철에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여행사의 책임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 여행시때 현지에서 벌어지는 사고에 대해서 누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 법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변호사들 "자유시간 옵션 중 사고라도 여행사 책임 별도로 인정돼"


강정규 변호사는 "판례에 따르면, 여행업자가 기획여행계약을 하는 경우, 여행업자는 계약상 부수의무로서 여행사의 생명과 신체 등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수단을 강구해야 할 주의의무를 지기 때문에 여행약관에 따라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또한 여행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경우 여행자 보험은 손해보험이 아니라 상해보험이기 때문에 여행자보험으로 보상을 받았더라도 여행사의 책임은 별도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동구 변호사(법무법인 참)는 "이 사건은 여행사가 제공한 리조트에서 여행사가 소개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발생한 것으로 패키지 여행 중 일부인데, 자유시간에 발생한 사건이라도 여행사 또는 그 관련업자가 여행객이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선했거나 여행사가 그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 여행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또 "여행 전 하나투어가 피해자들에게 제공한 여행약관 8조에 '당사는 여행출발 시부터 도착 시까지 당사 또는 그 고용인, 현지여행업자 또는 그 고용인의 과실로 손해를 가한 경우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100% 가까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현지 옵션관광은 하나투어의 관리 감독 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 안전배려의무 부담…신의칙상 보호의무도"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는 "여행업자는 여행 일반은 물론 목적지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로서 계약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이기 때문에 여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여행의 내용에 관해 미리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또 여행업자는 여행 도중에 여행자가 부딪칠지 모르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하거나 여행자에게 그 뜻을 고지해 여행자 스스로 위험을 수용할지에 관하여 선택할 기회를 주는 등 합리적 조치를 취할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말했다. 


비록 이런 의무가 여행업자에게 주어진 법률상 명시된 의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관련 법률인 관광진흥법 등을 통해 여행업자는 여행지에 대한 안전정보(이는 여권법상 체류국가에 대한 안전정보)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고 여행일정표와 약관을 포함한 여행계약서와 보험가입증명서 등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여행업자에게 신의칙상 보호의무를 인정할 수 있단 얘기다.


또 정 변호사는 "하나투어의 여행약관에서는 제8조와 제14조를 통해 여행사의 안전배려의무를 일정 부분 스스로 명시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어서 하나투어의 여행객 보호의무는 여행사와 손님간의 계약상 발생한 의무라는 관점으로도 해석 가능하다"면서 "문제된 여행상품은 기획여행과 자유여행이 혼재된 복합적 형태의 상품이어서 기획하지 않은 자유여행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경우 여행업자의 책임이 다소간 제한될 소지가 있지만, 자유여행이라고 해 무조건 여행업자의 안전배려의무가 적용되지 않거나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여행사에서 상품의 안전성이나 책임소재에 대한 안내와 배려가 부족했다면 여행사에게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단 얘기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여행관련 법적쟁점에 대해 칼럼을 연재 중인 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나루)는 "판례는 현지 가이드나 현지 호텔을 여행사의 '이행 보조자'로 놓고 여행사의 궁극적 책임을 묻고 있다"며 "하나투어가 현지 가이드 하청, 그리고 현지 호텔 재하청, 이렇게 현지 옵션 상품을 자유일정이라는 형식으로 하도급했다고 해도 궁극적 책임 자체를 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문제는 하나투어가 현지 가이드나 현지 호텔과 관련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위험 고지 및 예방 수칙을 정확히 전달하는 등 여행객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기윤 하나투어 팀장은 "자유시간 중 리조트가 고객에게 판매한 상품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며 "일정표에 바나나 투어를 적어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그 곳에 가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한 것일 뿐 바나나투어 자체를 옵션 상품으로 판매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어디까지 책임을 확대해야 하는지는 차후 법정에 가서 밝혀질 문제"라며 "리조트가 하나투어의 이행보조자로 인정돼 이번 사건에 대해 하나투어가 책임을 지게 된다면 최대한 성의를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판례는 여행사에서 팔았던 옵션 상품에서 사고가 난 경우 여행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자유시간 중 여행사가 아닌 현지 리조트가 판매한 상품 때문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선 판례가 아직 없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