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탈세 조력 의혹' 대형 로펌…법적 책임은?

[the L 팩트체크] 법 전문가들 “변호사는 의뢰인의 위법행위를 도와줘서도, 의뢰인에 해를 끼쳐서도 안 돼”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08.03 16:53

건강 악화 등으로 40일간 입원했던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달 18일 퇴원해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달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던 배우 이진욱/사진=뉴스1


롯데그룹 경영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탈세 관련 수사 일환으로 관련 로펌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와 '현행법 위반자문'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지난 1일 신격호 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그의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이들에게 법률 조언을 해 준 국내 5대 로펌 중 한 곳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최근 성폭행 혐의를 벗은 배우 이진욱 사건에서도 고소 여성의 변호인 측에서 새로운 사실 관계 발견과 그로 인한 신뢰 관계 훼손을 주장하며 사임한 바 있어, 의뢰인과 변호사간 자문 등에서 어느 선까지 가능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을 어디까지 지켜줘야 하는지와 현행 법을 위반하는 법적 자문이 가능하느냐의 문제다.

 

◇ 변호사, 의뢰인 '비밀'은 지켜주되 '위법 협조'는 안 돼

 

'비밀유지'와 '법위반 자문' 등은 변호사 윤리문제에서도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관련 규정 등에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 우선 변호사의 의뢰인에 대한 비밀유지의무는 다른 의무보다 우선한다. 다만 의뢰인의 비위행위에 변호사가 협조를 한다면 그것은 위법행위로 금지되고 있다.

 

서영민 변호사(법무법인 유담)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위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협조하면, 원칙적으로는 변호사법 제24조 품위유지의무, 변호사윤리장전 제11조의 위법행위 협조금지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형법상 공동정범이나 방조범 관련 규정들에 따라 처벌이나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변호사에게는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할 것과, 성실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것이 다른 모든 의무보다 우선해 요구되기 때문에 달리 비밀유지의무에 대한 예외가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이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곧 의뢰인의 불법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 변호사는 "최근 대형 로펌이 롯데그룹의 조직적인 탈세 사실을 알고 그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자문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로펌이 처벌이나 징계를 받을 사안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한성)는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자문을 한 대형로펌은 법률전문가로서 의뢰한 내용 절세가 아닌 탈세라는 점을 상담 과정에서 이미 모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로펌이 비밀을 묵인하고 나아가 탈세에 자문까지 해서 도움을 준 부분의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문제가 된 대형 로펌은 5대 로펌 중에서 조세 분야 전문성을 가장 인정 받는 곳이어서 논란이 더 크다. 결국 '조세 전문성'이 '탈세 협조'의 다른 이름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의뢰인 비위 사실 알게 된 변호사, 사임할 때도 '道理'는 지켜야

 

그렇다면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자신의 위법 행위 사실을 고백한 경우, 변호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법 전문가들은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수를 권유하거나 의뢰인의 사건에서 손을 떼는 것이 도리"라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만약 의뢰인의 비위사실을 알았다면 원칙적으로는 의뢰인에게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에 협조할 것을 권해야 한다"며 "의뢰인이 응하지 않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그의 이익을 가급적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용히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가 제공하는 자문은 어디까지나 의뢰인이 현행법을 준수하도록 사법기관에 협조할 것을 권장하고 그가 더 이상 불법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만류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홍 변호사 역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의뢰인의 법률상 사실상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직무에 임해야 하며 변호인에게 부여된 공익적 지위가 그 한계로 작용하는 것"이라면서 "의뢰인이 의뢰한 법률적 자문의 내용이나 변호의 내용이 불법행위라면 최대한 법의 합법과 적법의 테두리 내에서 사안이 진행 될 수 있도록 유도하되 끝까지 이를 고집하는 경우, 부득이 사임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진욱 사건에선 고소한 여성측 변호인이 사임을 공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저희 법무법인은 사임하였으므로 더 이상 이번 사건에 관여할 수 없다"며, "변호사법 제26조, 변호사윤리장전 제23조 등에 따라 업무상 알게 된 사실에 대해서는 절대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추가 입장 표명은 불가하다"고 밝혔던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서 변호사는 "변호사가 신뢰관계상의 문제를 내세워 공개적으로 고소 대리를 사임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이라며 "신뢰관계상의 문제로 인해 사임한 사실을 굳이 언론을 통해 보도한 행위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의뢰인의 불이익으로 직결될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또 "만약 고소 여성측 변호사가 당해 고소사건으로 인해 세간의 주목을 받을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면, 과연 스스로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그런 방식으로 사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을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홍 변호사는 "고소녀 측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상담과정에서 성폭행 혐의와 관련한 진술 부분에 있어 다소 모순되는 정황 등이 있었음을 능히 포착하고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고소녀에게 무고 혐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과 상대방이 공인으로서 이 사건 고소로 인해 입을 사회적 타격까지 고려해 변호사는 애초에 의뢰인에게 고소를 하지 말 것을 알려준 뒤 해당 사건을 맡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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