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 체결 계약, 입주민이 무효 주장할 수 있나

입주자대표회의가 체결한 계약, 입주자 전체에 효력미쳐…무효 주장 가능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2016.09.26 11:03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체결한 계약에 관해 입주민 개개인이 무효를 주장할 수 있을까. 최근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의 잘못된 계약 체결로 말미암아 아파트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입주자 대표회의가 체결한 계약에 관해 입주민 스스로가 무효를 주장할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통상 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해당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렇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민을 대표해 성립된 단체다. 입주자 대표회의는 입주민을 대신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그 효과 역시 입주민 전체에게 미친다.


그렇다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체결한 계약에 관해 입주민이 당연히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결론이다. 이와 같은 법리를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 확인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입주자이자 동대표다. 소송을 당한 피고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아파트의 동대표 등 입주자들의 대표로 구성된 입주자 대표회의다.


A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의는 2013년 2월 새로운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을 위한 입주자 대표회의를 개최했고, 이어 주택관리업체 선정 공고를 했다. 그 후 B업체를 낙찰자로 공고하고 B업체와 사이에 A아파트의 관리를 위탁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원고를 포함한 일부 동대표 및 입주자들이 B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 것과 그 계약에 대해 무효를 주장하며 강남구 등에 진정을 냈다. 그러자 강남구청장은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주택관리업자를 재선정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A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의의 임원회는 2013년 4월 회의를 개최해 B업체를 낙찰자로 재선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A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의에서는 입주민들은 이 계약과 관련해 사실적 이해관계를 갖는 자에 불과해 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법원은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A아파트의 관리방법과 관리조직이 변경되고 그 변경에 따라 관리비의 상승 등으로 입주자 등에게 금전적 손실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고, 또 자격미달의 주택관리업자 선정으로 인한 아파트 관리 소홀, 잘못된 관리로 인한 생활상의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A아파트의 입주자가 소송을 제기해 위탁관리계약의 무효 확인을 함으로써 피해를 막을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결했다.


입주자 대표회의는 입주민을 대표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입주자 대표회의가 체결한 계약은 입주자 전체에 효력을 미친다. 그렇다면 입주민이 직접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단 얘기다.


입주민은 입주자 대표회의가 계약이 체결함에 따라 아파트의 관리방법과 관리조직이 변경되면 그 영향을 받는 장본인이다. 그런 점에서 법원은 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입주민에게 무효 확인의 이익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200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주로 집합건물과 부동산 경매 배당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서 집필, 강의, 송무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경매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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