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행정사법 개정안 철회' 요구 시위

변호사들 "행정심판사건 대리는 변호사의 업무"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10.06 18:04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직원 및 변호사들이 5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 및 행자부 장관 사퇴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뉴스1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가 지난 5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정부 청사 앞에서 '변호사 생존권 보장 및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9월 13일 행정사의 행정심판 심리과정 참여와 법률영역인 행정심판 청구 대리를 가능하게 하는 등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행정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대해 변호사 단체가 불만을 표하고 나선 것이다. 변협은 입법 예고가 있은 며칠 후인 지난달 19일 '행정사법 개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대서명에 나섰다.

 

변협은 "행정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역할만 담당하던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사건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한 행정사법 개정안은 수임난에 시달리는 변호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 "행정사법 개정안은 '악법'…행정부 고위직 전관예우법"

 

행정사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이를 대리 제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매년 실시되는 자격 시험을 통해 선발된다. 보통 시험면제혜택을 받는 공무원출신들이 많다.

 

변호사들의 격렬한 반발을 두고 일각에서는 "직역 간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행정사법 개정안 반대는 단순한 직역 간 다툼을 넘어선 문제"라고 설명한다.

 

이찬희 변호사(법무법인 정률)는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사건 대리권을 주는 것은 결국 행정부 고위직들의 부조리를 양산할 수 있다"며 "행정사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위직들에 대한 전관예우를 위한 악법"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전관예우는 대법관이나 검사장, 법원장같은 고위직 법조인의 경우"라며 "행정사법 개정안에서 인정하는 행정심판대리권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하위직 공무원이 아니라 장차관과 같은 고위직 공무원들로, 이들이 행정심판대리를 하면서 전관예우를 받는다면 이는 법조계의 전관예우보다 더 큰 부조리를 양산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행정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결국 돈이 있는 사람이 고위직 공무원을 선임해서 전관예우를 받아 행정심판 사건에서 승소하고, 돈이 없는 서민은 반대로 피해를 입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될 것이라는 의미다.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변호사들도 "행정사들이 변호사 업무에 끼어들게 되면 점차 행정 사건 전반에 비전문가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며 나설 우려가 크다"며 "법률 문제를 법률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대영 변호사(법무법인 이현)는 "과거부터 변호사들이 행정심판이나 기타 액수가 크지 않은 사건은 잘 맡지 않는다는 인식도 많았고, 실제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소액사건을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꺼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변호사들이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수임하며 스스로 직역 수호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변협이나 변호사들도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맡아나가는 과정에서 기존에 자주 접하지 않았던 소액사건들을 어떤 방법으로 처리해나갈지 함께 고민 해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변호사 2만명인데 겨우 20여명 이하 참석? 

이날 변협 주최 집회는 평일 오전 시간에 열렸고 변협 사무국 직원들과 임원을 맡고 있는 변호사들 중심으로 40여명이 참석했다. 

생업에 바쁜 변호사회원들을 평일 오전에 모이게 하기는 쉽지 않지만 변호사업계 전체 이익에 관한 집회임에도 참석한 변호사가 너무 적어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현 변협 집행부가 사법시험 존치활동에만 집중하다가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러 다음 선거철이 다가오자 직역 방어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집회를 열었기 때문에 동참을 얻기 힘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사법 개정안 반대 1인시위를 하기도 한 이찬희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집회에 참석하라고 2만명이 넘는 회원에게 3번이나 문자를 보냈음에도 겨우 40명도 못 모이게 했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며 변협 집행부의 지도력에 이의를 제기했다.

로스쿨출신 변호사 커뮤니티에서도 "변호사 대부분이 행정사 개정안에는 반대하지만 변협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기 싫어서 불참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만큼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변협의 사시존치 활동을 둘러싸고 변협 집행부와 로스쿨출신 변호사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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