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 힘들어 육아휴직자를 해고? "폐업 전까진 안돼"

법원 "육아휴직 근로자 보호 취지..'더 이상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예외 허용"

김미애 기자 2016.10.08 05:00


A평생교육원에서 일하다 10개월째 육아 휴직 중이던 B씨에게 지난해 1월 동료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교육부 검증 결과 2015년도 학습과목 인증에 탈락해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퇴사를 고려해 달라는 용건이었다. 고민하던 B씨는 결국 '경영불황으로 인한 인원 감축'을 이유로 A교육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A교육원은 B씨의 퇴사 이후에도 직원 중 2명은 남겨둔 채 기존 업무를 계속해왔다. 상호를 바꾼 A교육원은 같은 해 8월부터는 2016년도 학습과목에 대한 인증평가를 받기 위한 업무를 진행했다. 지난 3월부터는 13개 학습과목에 대해 인가를 받아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원격교육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에는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A교육원의 사례처럼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육아휴직 중인 B씨에게 퇴사를 권유한 것은 정당할까.

부당 해고 혐의로 기소된 A교육원의 대표 C씨는 "B씨의 동의절차를 거쳐 근로계약을 해지했고, 교육원 학습과목이 교육부의 평가인증을 받지 못해 기존 수강생들을 상대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억울해했다. 그러나 법원은 육아휴직 중인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려는 남녀고용평등법 취지에 따라 부당 해고로 봤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 10단독 권미연 판사는 지난 4월 C씨에게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유예했다. 권 판사는 "남녀고용평등법 19조 3항은 육아휴직자에 대해 예외적으로 해고를 허용하는 경우를 근로기준법에 따른 경영상 해고보다 더 좁게 '더 이상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교육원의 사업이 교육부로부터 2015년도 학습과목 전부에 대해 탈락통지를 받았더라도 더 이상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즉 폐업 또는 이에 유사한 상황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와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한다"며 B씨의 경우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C씨는 항소했으며, 대구지법 항소부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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