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 판례氏] 관리업체가 입주자들 대신해 소송대행…"변호사법 위반"

변호사 아닌 자가 실질적으로 법률사무 취급하면 변호사법 위반…당사자 대신해 변호사 선임해 소송을 사실상 대리해도 불법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11.01 09:06


민사소송법 제287조에 따라 법률에 따라 재판 진행 등을 할 수 있는 소송대리인은 변호사만이 될 수 있다. 다만, 소송가액(소가, 訴價)이 2000만원 이하인 민사소액사건은 1심에 한해 재판장의 허가 없이도 당사자 본인이 변호사 없이 자기 사건을 스스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본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소송을 대리해달라고 위임할 때에는 그 위임 받은 사람이 ‘변호사’여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 아닌 업체가 당사자를 대신해 변호사를 선임하며 소송을 진행하다 적발돼 이들 간 '대리 소송 진행 약정'의 효력이 문제된 대법원 판례(2013다28728)가 있어 소개한다.

 

# X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A는 하자보수보증업체를 상대로 하자보수보증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려고 했다. 그러자 X아파트 관리수탁업체 B는 자신들이 무이자로 소송비용을 전부 다 대신 납부해주는 방법으로 A 대신 이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했고, A는 이를 승낙했다.

 

A는 B가 요구하는 대로 소송 관련 서류에 날인하면서 동시에 B가 제시한 변호사 성공보수비를 인정하는 내용의 변호사선임계도 작성했다. 이런 약정 당시 A는 B가 대납하는 소송비용에 관해 판결금이 입금되면 지급하며, 패소할 때에는 A에게 지급을 청구할 수 없고, 소송이 종결되면 A가 B에게 하자보수시공권과 시공사 선정 계약권, 관리위수탁 재계약을 보장해주되, 이런 사항들을 위반하면 판결금의 35%를 위약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약정대로 B는 A를 대신해 소송비용을 전부 대납해 하자보수보증금 청구소송을 진행했고, 이 소송은 항소심에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돼 종결됐다.

 

이 사례에서 문제된 부분은 B가 A를 대신해 소송을 진행한 것이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금지하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금품 등 이익을 받을 것을 약속하고 사건에 관해 ‘대리’를 한 경우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먼저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의 규정 취지는 변호사 아닌 자가 법률사무의 취급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변호사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며, "제109조에서 말하는 ‘대리’에는 △본인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의 이름으로 법률사건을 처리하는 법률상의 대리뿐만 아니라, △법률적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 행위를 본인을 대신해 행하거나,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본인을 위해 사실상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그 외부적인 형식만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대리가 행해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고자 하는 경우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아닌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법률 사건 처리를 대리한다는 것은 실제 위임의 형식을 취했는지 보다 ‘실질적’으로 대리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되는지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법원은 B가 A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면서, A의 하자보수보증금 청구소송에 관여한 행위는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금지하는 '대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의 소송 진행 과정을 당사자 A가 아닌 B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법원은 A와 B의 약정도 전부 다 '무효'라고 판단했다.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 행위는 그 자체가 반사회적 성질을 띠게 되어 사법적 효력도 부정되므로, 이 규정 위반 약정에 따른 부수 내용들도 전부 다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B는 A 대신 소송을 진행하며 들인 소송비용 등 일체를 청구할 수 없게 됐다.

 

 

◇ 판례 팁 = 위 사례에서 하자보수보증금(瑕疵補修保證金)이란 건설업자와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이행이 완료된 후 일정기간 그 계약목적물에 시공상의 하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담보적 성격으로 납부하게 하는 돈을 말한다.

 

또 변호사 성공보수비란 변호사 수임료와는 별도로 소송의 결과에 따라 따로 지급하는 의뢰인측 부담의 비용으로, 이 돈 역시 '변호사 비용'에 포함된다..

 

 

◇ 관련 조항

- 변호사법

제109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벌금과 징역은 병과(병과)할 수 있다.

1.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ㆍ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하고 다음 각 목의 사건에 관하여 감정ㆍ대리ㆍ중재ㆍ화해ㆍ청탁ㆍ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한 자

가. 소송 사건, 비송 사건, 가사 조정 또는 심판 사건

나. 행정심판 또는 심사의 청구나 이의신청, 그 밖에 행정기관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

다. 수사기관에서 취급 중인 수사 사건

라. 법령에 따라 설치된 조사기관에서 취급 중인 조사 사건

마. 그 밖에 일반의 법률사건

2. 제33조 또는 제34조(제57조, 제58조의16 또는 제58조의30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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