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텔레마케터도 근로자…퇴직금 줘야"

김종훈 기자 2016.11.08 12:00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1


대법원이 텔레마케터(전화상담원)도 근로자로 인정하고 퇴직금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A씨 등 한국씨티은행 텔레마케터 5명이 "퇴직금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 등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각각 2~8년씩 한국씨티은행에서 카드론 신청을 권유하는 텔레마케터로 근무했다. 이들은 퇴직한 후 근로자로서 법정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통화량과 통화시간이 매일 회사에 보고됐고, 정규직 매니저들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면서 출퇴근 상황을 관리했다"며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카드영업을 한 근로자였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이들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퇴직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텔레마케터들이 일정 횟수 또는 시간 이상 통화하도록 한 지침은 없었고, 실적이 부진해도 징계 등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회사의 인사규정이나 취업규칙도 적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었고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지시받았다는 텔레마케터들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들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지각 또는 결근 등에 관한 징계규정이 없었다고 해도 매니저들은 텔레마케터들의 출근, 통화 여부, 횟수 등을 알 수 있었다"며 "이에 따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텔레마케터들의 업무수행이나 실적은 관리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는 '실적조작,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설명' 등 업무수행 불량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분류해 등급표를 두고 인센티브 차감, 미지급, 계약해지 등 제재수단을 적용했다"며 "결국 회사가 텔레마케터들의 업무수행을 관리·감독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업무운용수칙과 위반 시 부과된 제재 또는 불이익 등을 고려하면 텔레마케터들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그런데도 이들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한 원심 판결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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