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구속여부 오늘 결정

김종훈 기자 2016.11.11 06:00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씨가 10일 오전 검찰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스1


'비선실세' 최순실씨(60·구속)를 등에 업고 문화계 이권을 주물렀다는 의혹을 받는 광고감독 차은택씨(47)의 구속여부가 11일 결정된다.

차씨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심리는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강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적시했다.

검찰은 차씨가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 지분을 빼앗기 위해 우선협상자였던 광고업체 컴투게더를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차씨는 포레카 지분을 넘겨받기로 권오준 회장 등 포스코 경영진과 합의가 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컴투게더가 지분을 넘길 수 없다고 버티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와 20년 지기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8·구속)은 "(지분을 넘기지 않으면) 묻어버리겠다"며 이 업체를 겁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도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안 전 수석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해 차씨 측을 도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안 전 수석과 짜고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의 문화행사 계약을 따내 2억8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또 검찰은 차씨가 안 전 수석과 함께 압력을 행사해 이동수 KT 통합마케팅 본부장을 이 회사 임원으로 취직시키고, KT의 광고일감을 몰아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차씨는 200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아프리카픽처스의 운영자금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이외에 차씨는 최씨 밑에서 일하면서 미르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관여하는 등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차씨는 최씨의 측근 고영태씨(40)를 통해 그와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가 박 대통령에게 직접 업무를 보고하고, 심야에 대통령을 독대한다는 자랑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차씨는 은사인 김형수 미르재단 초대이사장과 측근 김성현 사무부총장 등을 통해 재단을 장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설립 당시 기업들로부터 486억원을 끌어모았는데, 이 재단은 애초에 자금을 전부 빼돌릴 목적으로 세워졌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차씨와 미르재단이 단기간에 거액을 끌어모은 배후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49)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한 언론에 "차은택씨가 우 전 수석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차씨와 주위 인사들이 문화계 요직에 오른 경위에 대해서도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차씨가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된 2014년 8월 그의 은사인 김종덕 전 홍익대 영상대학원장이 문체부 장관직에 올랐다. 송 전 원장은 차관급인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자리에 앉았다.

차씨가 지위를 이용해 문화정책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그는 2019년까지 7000억원대 예산 투입이 예정된 '문화창조융합벨트' 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년간 2억원을 들여 준비한 '코리아체조'는 차 감독의 주도로 '늘품체조'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차씨를 구속한 뒤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 추가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방법과 시기를 조율할 방침이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