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진단서 그대로 믿어야 하나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세상 바라보기

이상훈 변호사(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2016.12.09 07:00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집주인 A씨는 세입자인 B씨와 오피스텔 관리사무실에서 보증금 반환문제로 말다툼을 했다. 그러다가 B씨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A씨는 비키라고 하면서 양 손으로 B씨의 옷을 잡아 당겨 옆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그 후 B씨는 7개월 후에 전치 2주 상해 진단서(요추부 염좌상)를 첨부해서 A씨를 상해죄로 고소했다.

상해 진단서는 일반 진단서와 다른가요?

사례는 주위에서 많이 발생하는 사건 유형이다. 서로 멱살잡이 정도만 했는데도 또는 가벼운 접촉사고에 불과했는데도 상대방이 전치 2주 상해진단서를 첨부해 형사 고소했다고 억울해 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상해 진단서는 무엇일까. 상해 진단서는 법적으로도 일반 진단서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상해 진단서는 현재의 질병이 외부의 '상해'로 추정되는 경우에 발급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의료법에서는 상해 진단서에 '상해의 추정원인'과 '상해의 정도'를 기재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상해 진단서에 '상해의 정도' 즉 소위 '전치 몇 주'라고 일컬어지는 '예상 치료 기간'이 기재되니까, 수사기관에서는 손쉽게 이것으로 신체 손상의 경중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전치 2주 상해 진단서가 문제다. 왜냐하면 염좌상, 타박상 등의 경우에는 육안으로 상처가 확인되지 않고 방사선 촬영에서도 뚜렷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 본인의 진술(문진)과 통증호소(촉진, 즉 환부에 접촉하여 통증 여부 확인) 등에 의존하여 전치 2주 상해 진단서를 쉽게 발급해 주곤 한다. 목이 아프다고 하면 경추부 염좌,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요추부 염좌… 이런 식이다.

상해 진단서가 제출되면 항상 유죄인가요?

이렇게 발급된 전치 2주 상해 진단서는 어떤 대우를 받을까.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상해 진단서까지 제출되면 실무상 대부분 피해를 입었다고 믿어 준다. 그러나 상해 진단서가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뭔가 이상하면 법원에서 상해 진단서를 믿지 않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진단일자와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시점과 상당히 떨어졌을 때이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 부위가 과거에 피해자가 치료를 받았던 부위일 때도 신뢰도에 흠집을 내게 된다. 그래서 재판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피해자의 상해발생일 전 치료내역을 확인하기도 하고, 상해진단서 발급병원에 피해자의 의무기록을 확인하곤 한다.

그러나 실무상 상해 진단서를 뒤엎기가 쉽지 않다. 간혹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데, 소개하는 사례가 그랬다. 법원은 7개월 후에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은 점, 피해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한다는 점, 특별히 물리 치료 등을 받지 않았고 처방받은 약품도 구입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상해죄를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16.11.25. 선고 2016도 15018판결).

연말이다. 공연히 들떠 옆 사람과시비가 붙어 상해 진단서가 허위냐 아니냐의 문제로 머리 싸매지 말자. 한 번 겪어보면 상해 진단서를 뒤엎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지를 절감할 것이다.

이상훈 변호사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있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재벌개혁을 하려고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한 후, 노동사회, 언론개혁, 정보공개, 탈핵, 사법개혁, 사회책임투자, 소액주주, 과거사 등 남부럽지 않은 여러 시민운동을 경험하였고, 현재는 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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