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팩트체크]곽현화 노출영화 감독 무죄…'구두약속 vs. 계약서'

변호사들 "구두합의만 했다는 곽현화 주장…검찰 입증 어려웠을 것"

유동주 기자 2017.01.11 12:28
영화 '전망좋은 집' 포스터/사진=뉴스1


개그우먼 곽현화의 동의 없이 상반신 노출 장면을 감독판으로 유료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영화감독이 11일 서울중앙지법서 열린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법전문가들은 곽씨측 증거자료가 부족하고 검찰측 유죄입증도 충분하지 못했을 것이라 평가했다. 특히 구두약속만을 주장하는 곽씨측보다 계약서 내용에 따른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 감독측이 법리적으로 우세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곽현화의 주장에 따르면 영화촬영 이후 감독과 구두합의로 상반신 노출 장면에 대해선 삭제 후 개봉하기로 했다. 그런데 감독은 노출장면을 넣어 편집한 영화를 '무삭제 노출판', '감독판' 등의 명목으로 파일공유사이트나 IPTV 등에 유료 판매했다. 이에 곽현화는 지난 2014년 4월 감독을 고소했고 검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법전문가들은 무죄판결이 나온 것은 곽씨측 주장이 '구두합의'에 불과해 입증자료가 없던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설명했다. 법원에 제출된 양측간의 계약서 등에는 곽씨가 주장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결을 내린 재판부도 "계약 체결 당시 노출 장면을 촬영하지 않기로 했다면 감독은 곽현화에게 갑작스럽게 노출 장면을 촬영하자고 요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실제로 감독은 이를 요구했고 곽현화도 거부하지 않고 응했다"며 곽씨가 노출장면 촬영을 사실상 동의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곽현화가 원할 경우 해당 장면을 제외하는 것은 감독의 편집 권한에 관한 이례적인 약정임에도 배우 계약에 기재되지 않았다"며 계약서 기재가 안 된 점이 곽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음을 거론했다.


아울러 "곽현화가 감독의 구두약정만 믿고 상반신 노출 촬영에 응했다는 사실은 다소 이례적"이라며 구두합의로 노출장면을 영화에서 빼기로 했기 때문에 나중에 유료 판매용 편집본에 노출장면을 넣은 것은 계약위반이라는 곽씨 주장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게다가 재판부는 계약서에 따라 감독이 영화에서 파생되는 지적재산권의 독점 권리자였던 점도 지적하며 "감독이 곽현화의 요구에 따라 노출 장면을 삭제해줬다고 해도 추후 감독판, 무삭제판 등에서도 해당 장면에 대한 배포권한을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곽씨 주장대로 구두합의를 했더라도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IPTV 등에도 노출장면을 넣지 않겠다고 써 놓지 않았다면 감독에게 독점적 권리가 부여된 계약 내용이 유효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강정규 변호사는 "(곽현화 주장대로 구두합의가 있었다면)구두약정도 입증만 되면 계약의무 불이행으로 민사 손해배상은 청구해볼만하다"면서도 "다만 엄연히 촬영 당시에는 동의해서 촬영하기도 했고(성폭력처벌법 14조 1항 불적용), 그 이후 거부의사를 표시했다고 하더라도 영화관만이 아니라 IPTV 등 유료 판매채널까지 거부한 것인지(동법 14조 2항 문제)를 검찰이 입증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무죄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검찰이 성폭력처벌법 14조 2항 적용 과정에서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거나, 혹은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라는 요건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감독에게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적용되려면 '고의성'과 곽씨의 의사에 반했는지가 입증돼야 하는 데 그 정도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나루) 역시 "곽현화 입장에서는 계약서를 제대로 안 써서 뒷통수 맞았다고 볼 수 있지만 범죄는 아닐 수 있다"며 "계약서에 노출 포함조항이 없으면 안 찍으면 그만인데 이미 찍는데 동의한 것도 문제고 찍고 나서 편집 권한에 대해 동의여부 등을 계약서에 추가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 법조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영리를 목적으로 제1항의 촬영물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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